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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형 받고도 자유의 몸... 이중근 회장 ‘황제보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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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형 받고도 자유의 몸... 이중근 회장 ‘황제보석’ 논란

입력
2019.04.01 04:40
수정
2019.04.01 09: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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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중근(오른쪽 두 번째) 회장이 2월26일 열린 대한노인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공로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자료 대한노인회.
대한노인회 중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중근(오른쪽 두 번째) 회장이 2월26일 열린 대한노인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공로상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자료 대한노인회.

이중근(78) 부영그룹 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받고도 보석조건이 완화돼 풀려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4,000억원대 횡령ㆍ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재판을 받던 이 회장에게 조건이 까다로운 병보석을 허용했던 재판부가 실형(實刑)을 선고하면서 오히려 조건을 완화해 준 것이어서 ‘황제보석’ 판결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작년 2월 구속 기소돼 수감 생활 중 “(고령으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며 2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보석을 청구했다. 이에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순형)는 작년 7월 △이 회장의 거주지를 한남동 자택으로 제한하고 △지정된 병원과 법원 출석 외에는 외출을 못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이 회장은 구속된 지 161일만에 이른바 ‘병 보석’ 으로 풀려났다.

병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회장은 넉 달 뒤 징역 5년의 중형과 함께 벌금 1억원을 선고 받았다. 징역 12년과 벌금 73억원의 검찰 구형보다는 낮은 형이었지만 횡령과 배임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시장 감시를 피할 수 있는 비상장회사의 이점을 활용해 상당 기간 자금을 개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공정위에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며 중형 선고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징역 5년의 중형에도 불구하고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20개의 공소 사실 가운데 14개가 무죄라는 점을 들어 “방어권 행사 기회를 충분히 보장할 필요성이 있어 보석 결정을 취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재판부는 이 회장의 보석 조건까지 완화해 줬다. 병원과 법원 외에는 외출이 불가한 당초 조건을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할 경우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일반적 보석으로 변경해 준 것이다.

이중근 부영 회장 사건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이중근 부영 회장 사건일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법조계는 실형 5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활동의 제약을 받지 않는 보석을 허용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통상 건강이 호전됐다면 다시 구속을 시키거나, 건강이 계속 안 좋다면 병 보석을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실형 5년을 받은 피고인에게 일반 보석이 허용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도 “법원의 보석 결정에 대해 항고와 재항고까지 할 만큼 강하게 반대했다”며 “전례를 찾기 힘든 특혜성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보석 허가 제외사유에 해당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혐의 대부분이 회사 경영과 직접 관련돼 있는 상황에서 주거를 제한하지 않는다면 회사 등에서 임직원들을 만나면서 증거인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해 보석으로 풀려난 후 공식적인 회사 행사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회사에 출근해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 이후 4개월 넘게 재판을 열지 않고 있어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부영의 임대주택 임차인들이 결성한 부영연대는 이 회장 재구속을 요구하며 지난 26일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영철 부영연대 대표는 고의적인 재판지연 의혹을 제기하면서 “1심에서 무죄가 난 임대주택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 2심에서는 (검찰을 통해) 추가 자료를 제출해 다시 다퉈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판결문 외에 개별 사건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보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 회장의 보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재계 인사들의 황제 보석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우라 재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보석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특권층에게만 사법적 특혜로 악용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사법불신 해소를 위해서라도 원칙을 바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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