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 족쇄를 벗어던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반이민 강경책을 쏟아내고 있다. 당장 다음주라도 멕시코 국경을 폐쇄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더니 중미 3개국에는 “이민 행렬을 막지 못했다”며 원조를 중단했다. 민주당에는 ‘약한 이민법’ 공세를 퍼부었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장벽 예산을 확보한 데 이어 반이민 조치를 밀어붙이며 2020년 대선을 위한 지지층 결집에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엘살바도르ㆍ과테말라ㆍ온두라스 등 중미 3국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프로그램은 이들 국가를 경제적으로 지원해 폭력과 빈곤을 퇴치함으로써 이민자들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들 3국 출신이 대다수인 카라반(중남미 이주민 행렬)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우리한테서 막대한 돈을 가져갔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다”며 지원금 삭감을 경고했고 이번에 이 조치를 강행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이 정책이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생각해 최근 몇 달간 대안을 모색해왔다”면서도 “대통령의 지원 중단 결정은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로 삭감된 금액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WP는 “2018년 책정된 약 5억달러(약5,685억원)와 이전 회계연도의 수백만달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타깃은 멕시코로도 향했다. 그는 같은 날 트위터에서 “우리는 더 이상 불법이민자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 단계는 국경 폐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멕시코는 미국에 들어오려는 수천명을 막기 위해 매우 강력한 이민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전날에도 “멕시코가 국경을 통한 모든 불법 이민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다음주 국경 전체나 상당수를 폐쇄할 것”이라며 시일까지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의 영향을 받은 지금의 이민법은 매우 취약하고 어리석다”면서 “이민법을 고치는 건 매우 쉬운 일이지만 민주당은 이런 범죄(불법 이민)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그게 미국을 위해 좋은 일이라도 트럼프와 공화당의 승리는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을 두고 내년 대선을 겨냥한 지지층 결집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한 강경 대응은 2016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었고, 지금도 무조건적 지지를 보내는 콘크리트 지지층의 정서에 가장 부합하는 정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2년 새 유럽 주요국에서도 난민 문제가 선거의 핵심쟁점 중 하나였고, 우파ㆍ극우 정당들의 선거 승리도 잇따랐다.
물론 남부 국경이 ‘포화 상태’에 놓인 것도 사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이민자 유입은 기록적 수치를 달성하고 있고, 특히 최근 몇 주 동안엔 폭염이 닥치기 전 미국에 도착하려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 국토안보부는 이민심사가 70만건이나 밀리자 멕시코로 돌려보내는 이민자 수를 현재의 4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