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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배운 애” 무시… 고졸 취업자 59% ‘부당한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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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배운 애” 무시… 고졸 취업자 59% ‘부당한 대우’

입력
2019.04.01 04:40
수정
2019.04.02 17: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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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특성화고 졸업자 근무환경 보고서… 승진ㆍ임금 차별 만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졸이라고 무시하는 게 눈빛에서 느껴졌어요. ‘덜 배운 애’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지난해 특성화고(직업계고)를 졸업하고 물류관련 기업에 취업한 A(19·여)씨는 사회 첫발부터 사내에 만연된 무시와 차별부터 경험해야 했다. 인사상 불이익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같은 시기 입사 동기라도, 대졸자는 2년이면 진급이 가능했지만 자신처럼 고졸자는 3~5년이 필요했다. A씨는 “사회에 진출하자 마자, 노골적으로 행해지는 학력차별에 절망만 느껴야 했다”고 푸념했다.

고졸 취업자들이 일터에서 뿌리 깊은 편견에 신음하고 있다. 능력과는 무관한 자격조건(스펙)이 아직도 고졸 사회 초년생들에겐 또 다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학력 차별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공공분야와는 대조적이다.

이런 실상은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가 최근 발간한 ‘경기도 특성화고 졸업자 취업실태 보고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지난해 경기지역 특성화고를 졸업해 취업한 300명(남녀 각 150명) 중 58.7%(176명)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단순 취업현황이 아닌 고졸자의 근무 환경까지 추적 조사해 분석한 국내 보고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응답자들은 무엇보다 자신들을 향한 무시와 선입견 등을 가장 고통스러워했다. 이들은 특히 “대학도 안 나오고 뭐 했느냐”에서부터 “대학졸업자들 보다 확실하게 덜 똑똑하다” 등의 자극적인 독설들도 들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고졸이라 금방 나갈 것 같아서 업무 인수인계도 안 해 줬다” “학교에서 전공한 연구분야의 업무를 희망했지만 고졸이어서 배제됐다”는 등의 업무상 부당한 대우도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 고용 형태. 그래픽=김경진기자
경기지역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 고용 형태. 그래픽=김경진기자

학력 차이는 승진이나 임금 차별로도 연계됐다. 금융관련 기업에 1년 가까이 근무한 B(19)씨는 “지난해 말 동기 5명 중 대졸자 3명은 진급하고 자신을 포함한 고졸자 2명은 진급에서 누락되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며 고졸 취업자들의 현실을 꼬집었다. 서비스업에 취업한 C(19)씨는 “같은 시기 입사한 똑같은 비정규직인데도, 대졸자보다 내가 받는 연봉이 15% 이상 적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들의 진로 수정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나왔다. 지난해 특성화고를 나와 제조업체에 취업한 D(19)씨는 “대졸자들은 회사 주요 업무를, 나처럼 고졸자들은 업무 보조 역할만 하고 있다”며 “늙어 죽을 때까지 이런 차별을 받으며 일할까 봐서 대학진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불법적인 노동 환경에 노출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E(19)씨는 “야근을 3시간이나 해도 5,000~7,000원(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정도 더 주는 식이었다”고 전했다. 정상적인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사례도 흔했다. 제조업체에서 현장 관리인으로 종사 중인 F(19·여)씨는 “강제 야근에 수당도 안주고, 월급 자체도 최저 시급도 안 된다”고 폭로했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G(19)씨는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추가 근무수당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번에 소개된 보고서에도 △근로계약서 미 작성(103건) △최저임금 미달(54건) △성추행(27건) 등 위법적인 피해 사례도 다양했다. 실제 근로현장에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가 다반사인 셈이다. 하지만 특성화고 출신 근로자들은 이런 부당한 대우에도 불이익을 우려, 대응엔 소극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의 부당대우. 그래픽=신동준 기자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의 부당대우. 그래픽=신동준 기자

고용형태 역시 불안정했다.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 244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86.9%(212명)에 이른 반면 정규직은 13.1%(32명)에 그쳤다. 4년제 대졸자 정규직 비율이 50%에 달했던 2016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회적 인식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설 특성화고등학생 권리연합회 경기지부 사무국장은 “예전에 여성들에 대한 차별이 만연돼 있던 것처럼 지금 근로현장에서 고졸자 차별 풍토가 뿌리 깊다”며 “정부가 인신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오 노무사는 “직장 내 남녀 차별을 금지법처럼 고졸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연보 등에 따르면 2018년 국내 고교 졸업자수는 56만6,545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고졸 취업자수는 5만2,359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특성화고가 3만7,995명(72.6%)으로 가장 많고, 일반고 8,756명(16.7%), 특목고 5,187명(9.9%), 자율고 421명(0.8%) 순이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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