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 6월 월드컵 본선 준비… 6일·9일 아이슬란드전
남자 평가전처럼 관중들 많이 찾아 자신감 심어줬으면
남자 축구국가대표팀이 볼리비아와 A매치 평가전을 치른 지난 2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 한 편에선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창녕WFC 선수 26명이 ‘단체 관람’을 했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교류하며 알게 된 여자축구 국가대표 홍혜지(23ㆍ창녕)와 김민재(23ㆍ베이징궈안)가 대화를 나누다가 ‘(단체관람이)여자축구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좋을 것 같다’는 데 의견을 모았고, 김민재가 자발적으로 티켓 값 전액을 내주기로 하면서 창녕 선수들의 울산 나들이가 성사됐다.
이날 경기장엔 어김없이 4만1,114명의 관중이 들어차며 남자대표팀 인기를 또 한 번 실감케 했다. 창녕 선수들은 이날 많은 경험과 추억을 얻었다. 여자 A매치와 리그 흥행을 위해 더 뛰어야겠다는 책임감도 높아졌고, 한 수 위의 기술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지만, 그럼에도 이들 가슴 한 구석엔 무관심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경기장에선 오는 6월 8일(한국시간) 개막하는 프랑스 여자월드컵 트로피 투어 행사가 열렸다. 윤덕여 감독과 장슬기(25ㆍ현대제철), 김정미(25ㆍ현대제철)가 참석한 행사에 잠시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졌지만 그 때뿐이었다. 행사가 끝난 뒤 홍혜지와 손화연이 트로피 옆을 찾았지만 알아보는 이들은 없었다. 홍혜지는 “우리가 열심히 뛰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나중엔 팬들도 우리를 알아봐 주고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4월이 됐고, 완연한 봄이 왔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남자대표팀 A매치 흥행에 이어 K리그 인기가 높아지자 여기저기서 ‘한국축구의 봄날’이 왔다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여자축구만큼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ㆍ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이다.
여자대표팀이 묵묵히 걸어온 도전의 자취는 남자대표팀에 비해 결코 부족함이 없다. 여자대표팀은 재작년 4월 평양 김일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아시안컵 예선 북한전에선 북한 관중들의 일방적 응원을 뚫고 1-1 무승부를 만들어내는 활약 속에 조 1위를 지켜내 본선에 올랐고, 상위 5팀에게만 여자월드컵 티켓을 주는 아시안컵에선 5-6위 결정전까지 거친 끝에 귀한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국내서 개최된 국제대회가 사라진 지 오래고, 2015년부턴 아예 국내 A매치 평가전조차 없었던 푸대접을 떠올리면 이들의 월드컵 본선행은 어쩌면 기적에 가깝다.
여자대표팀은 오는 6일 용인, 9일 춘천에서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을 치른다. 다양한 상대를 초청하지 못한 데다 9일 2차전은 평일 낯 경기라 관중동원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월드컵 본선에서 홈 팀 프랑스와 개막전을 치르는 부담을 안고 있는 대표팀에겐 자신감이 절실한 상황. 이들 가운덴 약 10년 전인 2010년 여자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 20세 이하 월드컵 3위 쾌거를 안겨준 주역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한국축구에 기대도 않았던 성과를 안겼던 이들에게 아낌없는 관심과 격려를 통해 온기를 전해주시길.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l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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