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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6,500만원 짜리 장관직

입력
2019.03.31 18:00
수정
2019.03.31 19:5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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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하루 전 증여세와 소득세 등 6,500만원의 세금을 냈다. 박 후보자의 31세와 26세 딸이 각각 2억원 가까운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문제가 부각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세금을 납부한 것이다. 실제로 청문회장에서 딸에게 고액을 증여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오자 박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증여세를 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며 “가족경제공동체처럼 살아왔던 터라 증여라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증여세란 타인으로부터 재산을 무상으로 받은 경우 해당 재산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증여를 받은 사람인 수증자는 증여세를 내야 할 의무가 있다.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안에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증여세를 신고ㆍ납부해야 한다. 통상 부모가 생전 자식에게 고액 현금이나 부동산을 무상으로 준 경우 부과된다. 다만 아들ㆍ딸이 성년일 땐 10년 간 5,000만원, 미성년자일땐 2,000만원까진 공제를 받을 수 있어 증여세가 없다. 박 후보자의 경우 두 딸이 내야 맞다.

□한 나라의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일반인에게도 상식인 이러한 내용을 전혀 몰랐다고 하니 선뜻 이해가 안 된다. 그래도 ‘모를 수도 있다’며 넘어갈 수 있다. 뒤늦게라도 세금을 낸 점도 참작해야 한다. 그러나 영 찜찜하다. 청문회가 아니라면 박 후보자는 6,500만원을 계속 내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그의 말대로 생각도 못했던 세금을 어찌 냈겠는가. 그럼 내야 할 세금도 안 내는 이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한민국 정부 부처의 최고위 공복이 되겠다고 한 셈이다. 유리지갑 직장인의 마음이 불편한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박 후보자가 실제로 장관이 되면 결국 나라에 6,500만원을 내고 장관직을 산 모양새가 된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 장관 자리 값이 6,500만원이냐’는 소리가 나와도 할 말이 없다. 국민에 대한 모욕에 가깝다. 세금을 좀 늦게 내도 장관이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나라인지 묻고 싶다. 물론 이번에 지명된 7명의 장관 후보자중에선 큰 흠집이 아니다. 그러나 더 큰 잘못을 한 이가 있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 장관은 그렇게 쉬운 자리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박일근 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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