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발생한 경북 포항지진 발생 원인이 지열발전으로 밝혀지면서 재건축 등에 나섰던 피해지역 주민들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자연지진이 아닌 ‘인재(人災)’로 드러난 만큼, 특별법 제정 등을 포함한 정부의 추가 보상 여부에 촉각이 곤두세워지면서다.
31일 포항시에 따르면 경북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촉발됐다는 정부조사단 발표 이후 지진으로 부서진 아파트 재건축 관련 사업들은 모두 중단됐다.
지진으로 파손된 아파트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등으로 재건축하기 위해 추진됐던 포항 북구 흥해읍 지진 특별재생사업은 이달 20일 정부조사단 발표 이후 일시 정지됐다. 포항시에서 지진 아파트 매입에 필요한 임시 감정도 마쳤고, 집 주인을 상대로 한 매입 동의서까지 90% 이상 받아둔 상태였지만 후속 작업은 멈췄다. 23일 흥해읍 주민센터에서 열린 회의 직후 “특별법 제정 등으로 정부 지원 확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을 넘겼다간 자칫 추가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임경선 포항흥해 공동주택 정비협의체 위원장은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매각 동의서를 받는 데 몇 달이나 걸릴 만큼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들 지켜보자는 생각이다”며 “정부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지진 흥해 특별도시재생 사업지는 옥성리와 마산리 일대 120만㎡로, 축구장(국제공인 면적 7,140㎡) 크기의 168배가 넘는다. 포항시는 5년간 국비 720억원, 시ㆍ도비 1,430억원, 민간투자 100억원 등 총 2,250억원을 투입, 매입한 지진 피해 아파트 지역에 공공 임대주택과 다목적 대피소 등을 세울 계획이다. 대상 아파트는 건물이 기울어진 대성아파트 등 6개 아파트 단지, 483가구다.
지진으로 재건축에 나선 포항시 북구 환여동 대동빌라 주민들도 30일 긴급 총회를 열고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대동빌라 주민들은 총회에서 이 아파트의 4개 동을 모두 철거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을 수정, 1개 동은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대동빌라 주민 81가구는 조합 결성과 함께 건축비(가구당 약 1억원) 분담으로 집을 짓는 일반 재건축 사업에 들어간 상태다. 대동빌라의 경우, 지진으로 집이 파손된 흥해지역 아파트와 동일한 상황이지만 특별재생사업 선정에서 제외되면서 100% 주민 부담으로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김대명 포항 대동빌라 비상대책위원장은 “입주민 가운데 70%가 고정소득이 없는 고령자로 집집마다 1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이 굉장한 고통이 되고 있다”며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때문으로 밝혀진 만큼 우리 아파트처럼 지진으로 파손된 주택은 이제라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항=글·사진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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