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일본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지방자치단체 의회의 입후보자가 부족해 무투표 선거구는 물론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후보자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구감소가 진행되고 있는데다 그마저도 도시로 집중되면서 지방의회에서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이러다 선거를 통해 민의를 대변하는 대의민주주의의 기초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전국 41개 도부현(道府縣ㆍ광역지자체) 의회선거가 고시돼 입후보자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총 선출 정원 2,277명에 3,062명이 입후보를 마쳤으며 이 가운데 612명(26.9%)의 무투표 당선이 확정됐다. 총 선거구 945곳 중 입후보자 수가 선출돼야 하는 인원보다 적은 무투표 선거구는 371곳(39.2%)에 달했다. 이는 무투표 당선과 무투표 선거구 비율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1951년 이후 역대 최고치라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무투표 당선과 선거구가 증가하는 배경에는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의 도시집중 현상이 꼽힌다. 그러면서 지방의회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지방의회는 이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공무원이 지방의원을 겸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의원 보수를 늘리는 방안을 도입했으나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의원으로 나서려는 사람이 부족하면서 투표를 할 수 없게 된 유권자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투표를 거치지 않고 당선된 사람들도 기쁨보다는 “내가 유권자들에게 얼만큼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자조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방의 인구 감소로 인해 대형 정당에 유리한 1인 및 2인 선거구가 전체 선거구의 70%에 달한다는 점도 큰 이유다. 70년 전에는 1인 선거구가 약 20% 정도를 차지했으나 이번에는 40%로 증가했다. 1인 선거구일수록 오랫동안 지역에 뿌리를 내려온 현직의원에 맞서 신인이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자민당 독주에 맞설 야당이 보이지 않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민주당이 집권여당이었던 2011년 지방선거에서는 571명의 후보자를 내세웠고 이후 야당으로 전락한 이후인 2015년엔 345명을 공천했다. 그러나 이번엔 입헌민주당이 177명, 국민민주당이 113명을 공천하는 데 그쳤다.
한편, 여성 입후보자는 389명으로 전체의 12.7%를 기록, 2015년 때의 11.6%보다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리기 위해 공직선거에서의 남녀 후보자 수를 가능한 한 균등하게 맞추는 노력을 촉구하는 ‘후보자남녀균등법’이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처리된 것을 감안하면 기대치를 크게 밑돈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정당별 여성 입후보자 비율은 공산당이 45.7%로 가장 높은 반면 집권여당인 자민당은 4.2%에 불과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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