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땅콩 알레르기를 가진 승객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기내식 땅콩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5일부터 스낵으로 제공해 온 ‘꿀땅콩’ 제품 서비스를 중지하고 대신 크래커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아울러 후속 조치로 땅콩 제품뿐 아니라 알레르기를 유발시킬 수 있는 땅콩 성분이 포함된 모든 식재료를 기내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이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은 1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땅콩 알레르기 승객이 KE621(인천~마닐라) 항공편 탑승을 거부당한 사례가 발생해 이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당시 애틀랜타를 출발해 인천을 경유, 필리핀으로 가려던 미국인 가족 중 16세 소년이 심각한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 기내 땅콩 서비스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대한항공 측은 다른 승객들에게 땅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이 과정에서 해당 소년의 탑승이 거부됐다. 해당 승객들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환불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항공편은 델타항공과 공동운항한 노선이었다”며 “조인트벤처 사업을 하고 있는 델타항공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조기에 방지하기 위해 대한항공이 논란이 되고 있는 땅콩 서비스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땅콩 알레르기는 항공산업의 주요 이슈로 떠올라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잇따라 서비스를 중단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은 지난해 기내 땅콩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이외에도 콴타스항공, 에어 뉴질랜드, 브리티시항공 등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땅콩 제품 및 땅콩 식재료 서비스 중단 결정은 땅콩 알레르기 승객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 조치”라며 “일명 ‘땅콩 회항’ 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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