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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대신 수평 증축으로… 리모델링 속도전

입력
2019.04.0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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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증축 안전 규제 강화 피하고

인허가 기간 1년6개월 짧아 선호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전경. 뉴스1

초과이익환수제와 재건축 연한 강화 등 정부 규제에 사실상 아파트 재건축이 올스톱되자 서울 곳곳에서 리모델링이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한때 각광받던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의 ‘수직증축’ 대신 옆으로 늘리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정부가 안전 등을 이유로 아파트 리모델링 관련 문턱도 높이자, 수직증축보다 상대적으로 인허가 기간이 짧은 수평증축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판단에서다.

◇수평증축 단지 속속 등장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서구 등촌 부영 리모델링 조합은 조합원을 대상으로 리모델링 방식을 수직에서 수평증축으로 바꾸는 안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열었다. 조합은 조만간 대의원회를 열어 사업 변경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당초 등촌 부영은 기존 아파트 위에 3개 층을 더 쌓아올리는 수직증축 방식으로 106가구를 더 지어 총 818가구로 늘릴 예정이었다. 등촌 부영 조합 관계자는 “안전성을 중시하면서 사업 속도가 좀더 빠른 수평증축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 착공한 곳도 있다. 수평증축 방식을 최초로 선택한 단지인 강남구 개포우성9차아파트(조합원 232세대)가 지난달 첫 삽을 뜬 것이다. 내년 2월 착공에 들어가 299가구를 328가구로 늘리기로 한 송파구 오금동 아남아파트 역시 수평증축 방식이다.

또 용산구 이촌현대아파트도 수평증축을 계획하고 있으며 강동구 둔촌현대1ㆍ2차는 수평증축과 동을 새롭게 만드는 별동 건축 리모델링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재건축 규제에 리모델링 수요 급증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이 아니고 가능연한도 준공 후 15년으로 재건축(30년)보다 짧아 서울 및 분당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단지들이 추진해왔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에서 24개 단지(조합설립 기준)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집값 안정을 위해 재건축을 규제하면서도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행정ㆍ금전적 지원을 하며 장려하는 정책을 펴왔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7개 단지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고 경기 성남시는 리모델링 시범단지를 선정해 안전성 검토 비용 등을 보조하고 있다.

리모델링 방식 중 그간 높은 관심을 받아온 건 수직증축이었다. 2014년 정부가 가구 수를 종전보다 15% 늘리고 층수도 최고 3개 층까지 쌓아올릴 수 있도록 하면서다. 증축된 가구들을 일반분양으로 돌리면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계산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단지도 늘었다. 수평증축과 달리 리모델링이 단지 여유공간을 잠식하지 않는 점, 시장의 고층아파트 선호에 부응할 수 있는 점도 감안됐다.

수직ㆍ수평증축 리모델링 인허가 절차 및 예상시간. 그래픽=김문중 기자
수직ㆍ수평증축 리모델링 인허가 절차 및 예상시간. 그래픽=김문중 기자

◇공사기간 짧고 안전한 수평증축

문제는 정부가 리모델링을 장려하면서도 안전 규제는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최근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을 포기하는 배경엔 점차 조여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규제가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관계자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단지들이 안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보니 수평 증축, 별동 증축 등으로 방식 변경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선 수직증축은 수평증축보다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수직증축은 크게 조합설립→1차 안전진단→1차 안전성 검토→건축심의→2차 안전성 검토→행위허가→이주 및 철거→2차 안전진단→착공 순으로 진행된다. 1차 안전성 검토(6개월)와 2차 안전성 검토(8개월), 2차 안전진단(4개월)을 받지 않는 수평증축보다 사업 기간이 1년6개월 가량 더뎌지게 되는 셈이다.

나아가 정부는 최근 주택법 시행규칙 및 개정안을 통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2차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했다. 기존 말뚝(건물 무게를 떠받치는 파일)의 설계지지력이 예상에 못 미치면 조합에 재설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진단에 사설 업체가 아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나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참여해 시험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강화된 안전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수평증축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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