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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병원 옮기려면 서류만 한뭉치… 노인 의료 시스템 효율화 시급

입력
2019.04.01 20: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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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노인의료센터장)

대형 병원이 너무 복잡해졌다. 주차도 어렵고, 진료 대기시간도 훨씬 길어졌다. 선택진료비가 없어지고, 자기공명영상(MRI) 등 검사비가 보험 적용이 되면서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이 두드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령 환자가 늘어 한두 명 이상의 보호자가 함께 병원을 찾다 보니 더 붐비는 것 같다. 노인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청력ㆍ인지능력장애로 의사소통도 쉽지 않아 진료 시간이 더 길어진다. 그러다 보니 제한된 진료시간 내에 환자 문제점을 차근차근 찾으려는 노력은 너무 힘들다.

노인 환자는 앓는 병이 많아 여러 진료과나 병원에서 약을 많이 처방 받는데, 제한된 진료시간 내 이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우리 의료평가시스템은 진료를 질적이 아닌 양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시간을 들여 원인을 파악하기 보다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MRI 등 영상검사로 약을 처방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검사가 중복되고, 약이 여러 번 함께 처방되면서 부적절한 약이 포함될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노인에게 맞는 진료모델을 마련해야 늘어나는 노인 환자의 요구를 적절히 해결하고 급격한 의료비 상승도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진료 연속성이 가능해지도록 기본 의료ㆍ투약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노인 환자는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응급질환으로 3차 병원을 찾게 되고, 치료 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옮겨서 회복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의료기관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없어 보호자가 환자 의무기록을 복사해 3차 병원에 제출하거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입원한 환자의 진료를 위해 보호자가 3차 병원을 찾아 처방전을 받기도 한다.

의무기록을 모두 공유하기는 어렵지만 노인 환자의 투약정보와 치료받는 진단명만이라도 공유한다면 효율적으로 진료할 수 있다. 즉, 환자가 병원에 제출하는 의무기록 정보가 담긴 스마트카드 혹은 IC 칩이 탑재된 신분증을 활용한다면 지금처럼 보호자가 병원을 찾아 비효율적인 외래 진료를 보거나 중복 투약하는 오류를 피할 것이다.

또한 노인 환자 진료 효율화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만성질환으로 6개 이상 약을 먹는 노인 환자에서 약물 중재를 통해 약을 2개 이상 줄여 처방하면 해당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최근 도입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결과, 노인의료센터에 입원한 노인 환자에서 노인포괄평가와 약물중재를 수행하면 환자 1인당 평균 처방 약을 10.5종에서 6.5종으로 줄고, 연간 1인당 약값이 46만원 적게 들고, 부적절한 약을 먹는 노인 환자도 49.8% 감소했다. 약값은 우리 전체 진료비의 30% 정도인 주요 의료비 지출항목이다. 노인 환자는 젊은 성인보다 약을 많이 먹어 효율적이고 안전한 투약이 되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이득이 분명하지 않은 예방ㆍ치료 목적의 약을 억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의료기관 기능을 분화하고 효율적인 연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노인 환자를 효율적으로 진료하려면 만성질환 관리, 급성기 진료, 회복기 진료, 그리고 요양ㆍ돌봄 담당기관간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급성기 치료에 집중한다. 때문에 다양한 서비스를 노인 환자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급성기 치료 후 회복을 맡은 아급성기 치료기관이 없어 급성기 병원에 오래 입원하거나, 요양병원으로 옮겨서 기능의존상태에 빠질 때가 적지 않다.

따라서 노인 환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새로운 의료서비스와 의료기관간 협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지역사회기반의 만성질환 관리ㆍ재활치료, 가정 방문 진료 등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보건당국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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