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3.4지진 일으킨 바젤 지열발전, 스위스는 어떻게 대응했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3.4지진 일으킨 바젤 지열발전, 스위스는 어떻게 대응했나

입력
2019.03.30 12:53
수정
2019.03.30 23:39
0 0

주택가 옆 시행사 주차장에 건설, 포항보다 입지조건 나빴지만

지진 15분만에 경찰 압수수색, 이후 웹사이트로 모든 상황 공개

스위스 바젤시 환경관리공단(IWB) 직원들이 규모 3.4의 지진이 일어나 가동이 중단된 바젤 지열발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 IWB 홈페이지
스위스 바젤시 환경관리공단(IWB) 직원들이 규모 3.4의 지진이 일어나 가동이 중단된 바젤 지열발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출처 IWB 홈페이지

경북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으로 밝혀진 후 지난 2006년 말 포항처럼 지열발전으로 규모 3.4지진이 난 스위스 바젤의 사후 처리와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지가 지난해 11월 국내 언론사 중 처음으로 취재한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 건설현장은 아파트와 학교 등이 밀집한 주택가에서 불과 80m거리에 있었다. 사업을 주도한 지오파워(Geopower)사가 발전소의 경제성만 고려한 채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젤시 환경관리공단(IWB) 주차장에 건설했기 때문이다. IWB 주차장에는 열병합발전소의 LNG연료탱크까지 적치돼 있었다.

2006년 12월8일 바젤 지열발전 현장은 시추공에 물을 넣는 도중 규모 2.6지진이 일어났다. 직원들은 즉시 수압을 줄였지만, 1시간 뒤 이보다 더 큰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했다. 땅이 흔들리자 놀란 시민들은 건물 밖으로 뛰어 나왔고, 경찰 등에는 신고 전화가 폭주했다. 포항 지열발전처럼 입지 선정 때 단층 등 지반 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지진 가능성을 과소 평가한 결과였다.

바젤 지열발전 건설 당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바젤 지열발전 건설 당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이후 스위스 정부와 바젤시의 대응은 이전과 크게 달랐다.

경찰은 15분만에 시행사인 지오파워사를 압수수색했다. 이어 바젤시는 사업에 참여한 업체와 연구기관의 핵심 인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촉발된 것이라는 정부조사단 발표에도 산업통상자원부의 감사원 감사청구 외 이렇다 할 조치가 없는 한국 정부의 대응과도 크게 다르다. 민간단체인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가 지난 29일 전 산업자원부 장관과 포항지열발전을 주도한 넥스지오 대표, 포항지열발전 대표를 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규모 3.4의 스위스 바젤 지진 당시 피해 접수는 모두 2,700건. 주택 793가구가 주거 불능 수준으로 파손된 규모 5.4의 포항지진과 비교하면 건물 외벽에 실금이 갈 정도의 미미한 수준이었다. 피해 보상은 지오파워사가 모두 책임졌다. 금액으로 900만 스위스 프랑, 한화로 110억원 정도였다.

스위스 바젤시 환경관리공단 주차장 중간에 있는 바젤 지열발전 시추공. 물주입에 한창이던 2006년 12월 규모 3.4의 지진을 일으켜 공사가 중단됐다. 바젤=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스위스 바젤시 환경관리공단 주차장 중간에 있는 바젤 지열발전 시추공. 물주입에 한창이던 2006년 12월 규모 3.4의 지진을 일으켜 공사가 중단됐다. 바젤=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바젤 지열발전은 규모 3.4지진이 일어난 후 곧바로 가동을 중단했지만 이후 13년이 지금까지 철거되지 않고 일부 남아 있다. 스위스 정부가 세 개의 시추공을 모두 폐쇄하려 했지만 한 곳에 1,100톤의 물이 남아 있었고, 압력이 증가하면서 지진이 계속해 일어났기 때문이다. 스위스 정부와 바젤시는 한 달 1, 2차례 소량의 물을 빼며 관리하고 있다. 바젤 지역에는 지열발전 작업 중단 이후에도 100차례가 넘는 지진이 일어났다.

바젤시 관계자는 “공사를 중단하면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미소지진이 계속 발생했다”며 ”지금도 물주입 이전의 미소진동 수준으로 압력을 관리 중이다”고 말했다.

포항지열발전은 바젤의 6배에 달하는 약 6,000톤의 물이 아직 남아있다. 지질 전문가들은 이 물을 그냥 둬도, 함부로 빼내도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구나 지열발전을 위해 삽입한 지열정 2곳의 지하수위가 600m 가량 차이가 나 서로 받는 압력의 차이가 상당한 규모로 알려졌다.

포항 지열발전 현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포항 지열발전 현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스위스 정부는 2006년 말 규모 3.4지진 이후 별도 웹사이트를 만들어 바젤 지역에서 일어나는 규모 0점대의 미소지진까지 모든 지진을 일반에 공개했다. 또 IWB직원들이 시추공의 압력을 점검하고 남은 물을 관리하는 모습을 일일이 촬영해 사이트에 게시했다.

포항은 규모 5.4지진 이전 지열발전 인근에서 63차례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후 규모 2를 넘는 여진이 100차례, 규모 1~2사이 여진은 무려 507차례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관리한 산자부 산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는 물론 이 사업에 참여한 국가 지진관측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마저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태다.

양만재 11ㆍ15지진 공동연구단 위원은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밝혀졌는데도 산자부 장관이 한 차례 현장을 방문한 것 외에는 아무런 대응이 없다”며 “지진으로 계속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포항시민들이 조금이라도 안심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고 모든 상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