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가 최근 매력적인 디자인과 한층 경쟁력을 끌어 올린 중형 세단 푸조 508을 선보였다.
푸조 508의 국내 데뷔 당시 푸조의 공식 수입원인 한불모터스의 관계자는 ‘향후 2.0L 블루HDi 디젤 엔진이 라인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지난해 10월, 파리모터쇼에서 경험했던 ‘1.5L 블루HDi 디젤’의 경쟁력을 내심 기대하게 되었다.
작은 배기량이지만 출력은 물론이고 효율성 부분에서도 확실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모두가 2.0 블루HDi를 시승할 무렵, 1.5L 블루HDi 디젤 엔진을 탑재한 ‘엔트리 508’과 함께 본격적인 주행에 나섰다.
매력적인 컴팩트 디젤
시승을 위해 준비된 푸조 508 1.5 블루HDi 알뤼르는 말 그대로 컴팩트한 디젤 엔진을 앞세웠다. 기존의 1.6L 블루HDi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130마력, 30.6kg.m의 토크를 내는 1.5L 블루HDi 디젤 엔진이 보닛 아래 자리한다. 참고로 이 엔진은 푸조는 물론 PSA 그룹의 다양한 차량에 적용된다.
1.5L블루HDi 디젤 엔진과 합을 이루는 변속기는 EAT8 8단 자동 변속기이며, 이를 통해 리터 당 14.6km라는 준수한 효율성을 갖췄다.(도심 13.4km/L 고속 16.6km/L)
자유로에서 드러나는 다단화의 성과
첫 번째 주행은 자유로에서 시작되었다. 출근길 정체가 끝난, 날이 좋은 오전 푸조 508은 기분 좋게 자유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행을 시작하며 곧바로 큰 걱정 하나가 사라졌다. 여느 푸조처럼 508은 경쾌히 가속한 것이다. 실제 1.5L 블루HDi 디젤 엔진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토크를 통해 90km/h의 속도를 효과적으로 구현했으며 EAT8 8단 자동 변속기가 1.5L 블루HDi에 합을 맞추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늘 달리는 길이지만 푸조 508는 정말 매끄럽고 부드럽게 자유로를 달릴 수 있었고 주행의 흐름이 좋았던 만큼 그 결과 또한 무척 기대되었다.
이와 함께 실내 공간에서 느끼는 정숙성도 만족스러웠다.
푸조는 전통적으로 엔진의 소음은 어느 정도 남겨두는 편이지만 진동은 최대한 억제하는 스타일의 정숙성을 추구하는 방식인데, 508 또한 이러한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되 전체적인 만족감을 높인 모습이었다. 실제 과도한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만 없다면 ‘만족스럽다’라고 평하기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첫 번째 주행이 끝나고 트립 컴퓨터를 확인해보았다.
트립 컴퓨터에는 총 52km의 거리를 86km/h의 평균 속도로 달린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는 말 그대로 ‘흐름에 맞춰 자유로를 달린’ 결과를 입증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결과 공인 연비의 두 배에 이르는 28.5km/L라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주행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으나 앞으로 많은 거리를 더 달려야 하는 만큼 새로운 엔진과 다단화된 변속기의 합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더욱 기대되었다.
지방도에서 펼쳐진 경쾌한 드라이빙
첫 번째 주행을 마친 푸조 508의 트립 컴퓨터 하나를 리셋하고, 두 번째 주행을 시작했다.
두 번째 주행은 자유로의 끝에서 전곡에 위치한 한탄강오토캠핑장까지 달리는 지방도로의 연속이었다. 평소 주행을 하며 자주 오가는 곳인데 80km/h 구간과 60km/h 구간이 섞여 있고 간선도로와 지방도가 섞여 있어 주행 상황에 따라 효율성의 차이가 큰 구간이다.
두 번째 주행 또한 첫 번째 주행처럼 기분 좋은 드라이빙이 이어졌다. 출력에 대한 갈증도 없고, 변속기가 상황에 따라 최적의 기어를 효과적으로 선택하니 운전자가 주행에서 스트레스를 얻을 일이 없었다.
게다가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한층 경쾌하게 느껴졌다. 원래 푸조의 차량들은 특유의 ‘프렌치 핸들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유의 경쾌한 드라이빙을 뽐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푸조 508처럼 체격이 어느 정도 큰 차량은 그 재미가 많이 중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새로운 508은 경쾌한 차체, i-콕핏 특유의 컴팩트한 스티어링 휠, 그리고 이에 합을 이루는 고유한 셋업 덕에 동급에서 가장 즐거운 드라이빙의 가치를 뽐내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길게 이어진 지방도로를 달리는 것이 그리 힘들거나 부담되는 일이 아니었다. 때때로 만나게 되는 신호 대기 상황이나 급격한 조향 등이 더러 있었으나 푸조 508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기분 좋게 두 번째 목적지까지 달릴 수 있었다.
두 번째 주행이 끝나고 차량을 세웠다. 이번에는 두 번째 주행의 구간 연비와 함께 서울에서 자유로를 포함한 전체 연비를 모두 살펴보았다.
먼저 두 번째 주행의 구간 기록부터 보았다. 42km의 거리를 평균 64km/h의 속도로 달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리터 당 30km에 육박하는, 29.4km/L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과거 푸조의 차량을 시승하며 리터 당 30km가 넘는 적도 몇 번 있었는데, 오랜만에 이에 근접한 수치를 보디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자유로를 포함해서 현재까지의 전체 기록을 곧바로 살펴보았다. 트립 컴퓨터에는 총 94km의 주행 거리가 기록되어 있었고, 평균 속도는 74km/h로 자유로 주행과 지방도로 주행의 ‘중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28.5km/L라는 걸출한 효율성을 또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서울을 향해 달리는 푸조 508
두 번째 주행이 끝난 후 푸조 508은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다만 한탄강오토캠핑장으로 갈 때와 다르게 돌아가는 구간에서는 옛길을 거쳐 이동하기로 했다. 지방의 옛길이라 노면의 상태도 좋지 않고, 또 주행 흐름도 급작스러운 어르신들의 등장으로 변동이 있었지만 푸조 508은 편안하게 서울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사실 푸조 508은 그 터전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의 특성상, 그러니까 깔끔히 정리된 포장도로와 함께 유럽의 전통적인 벨지안 로드가 뒤엉켜 있는 만큼 노면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충격에는 무척 능숙한 차량이다. 실제 지방의 옛길에서 그 능숙함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드라이빙을 하며 더욱 만족스러웠던 점은 바로 드라이빙 포지션에 있다.
푸조 508은 중형 세단으로서는 상당히 낮은 시트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고, 또 이를 기반으로 드라이빙 포지션 또한 상당히 낮은 형태로 구현하고 있다. 일부 운전자는 시야 확보에 어렵다고 말하지만 사실 주행을 하기엔 되도록 낮으면서 ‘조작성을 강조한’ 드라이빙 포지션이 최적이니, 푸조 508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방도로를 달리고, 다시 간선도로, 그리고 자유로를 거쳐 서울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고 또 이동했다. 푸조 508은 처음과 같이 다단화 변속기를 통해 낮은 RPM를 유지하고, 또 경쾌한 드라이빙을 뽐내며 주행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저 멀리 이번 주행의 끝을 알리는 난지 고수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난지 고수부지 주차장에 차량을 세우고 세 번째 주행의 결과를 확인했다.
총 87km의 거리를 달렸고, 평균 70km/h의 속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주행과 같은 29.4km/L라는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저 ‘좋은 효율성이다’라는 평가 이외에는 어떻게 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한편 이번 주행에서는 그 존재감이 없었지만 푸조 508은 세단으로서 만족스러운 적재 공간을 갖춘 차량이다. 487L의 기본 공간은 물론이고 분할, 풀-플랫 폴딩 기능을 갖춘 2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537L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을 제시해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리고 최종 연비를 확인했다.
이번 장거리 주행을 통해 푸조 508 1.5 블루HDi 알뤼르는 182km의 거리를 달렸다. 그리고 평균 속도는 72km/h로 기록되었고, 그리고 전체 평균 연비는 28.5km/L로 확인되었다.
참고로 전체 평균 연비는 중간 중간 사진을 찍고, 차량을 세우는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연료 소모까지 반영된 결과인 만큼, 연비 주행에 조금 더 집중하는 운전자라면 리터 당 29km가 넘는 연비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 이상의 주행, 그리고 최고의 효율성
푸조 508 1.5 블루HDi 알뤼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패키징 부분에서 2.0 블루HDi 사양들이 갖고 있는 요소들이 부족하다는 상품성 측면의 아쉬움은 있지만 130마력과 30.6kg.m의 토크를 기반으로 한 드라이빙은 물론이고 어떤 주행 환경에서도 탁월한 효율성까지 고려한다면 ‘이토록 합리적인 수입 디젤 세단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푸조 508, 1.5 블루HDi 디젤 엔진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일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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