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안 없으면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

영국 의회가 ‘질서있는 퇴각’의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하원은 29일(현지시간)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투표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놓은 브렉시트 안건을 찬성 286표 대 반대 344표, 58표차로 부결시켰다. 영국과 유럽연합(EU)가 지난해 11월 합의한 EU 탈퇴 협정은 브렉시트의 전환 기간과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 권리, ‘안전장치’ 등에 대한 분리 조건을 담고 있었다. 메이 총리는 이번 브렉시트안이 통과되는 경우 총리직을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으나, 총리직을 건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메이 총리는 이번 투표가 “심각한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하원은 메이 총리의 제안을 거부했다. EU가 지난 2차 투표가 부결된 이후 당초 3월 29일로 정해졌던 브렉시트 시한을 4월 12일로 일시 연장했고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되는 경우 5월 22일까지의 추가 연장을 제안했지만, 이번 3차 투표가 부결되면서 영국은 당장 2주 후인 4월 12일 EU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탈퇴 시한 전에 새로운 극적 합의를 이뤄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경우 영국과 유럽의 경제 혼란은 불 보듯 뻔 한 상황이다.
29일 의회 투표는 이전 두 번의 브렉시트 투표와는 달리 EU와 영국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정치적 선언’을 배제한 순수한 브렉시트의 과정을 놓고 벌어진 투표였다. 영국 정계와 언론들은 메이의 세 번쨰 투표가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노 딜 브렉시트를 피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메이 총리를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1월 중순의 1차 투표와 지난 12일 2차 투표에서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안은 점점 반대표가 줄어 갔고, 이번 투표에서도 반대표는 2차 투표에서의 149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표결에 앞서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 대표는 “노 딜 브렉시트는 유럽이 선호하는 옵션이 아니다”라며 영국 의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마르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도 “영국 의회가 이번 안건을 통과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의회 토론에서도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장관은 의원들을 상대로 “이번이 탈퇴 시점을 늦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찬성 투표를 호소했다.
노 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하원 의원들은 대안을 두고 4월 1일 추가 ‘의향 투표’를 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메이 총리 역시 투표 후 “영국은 전진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의 사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도날트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위원장은 “4월 10일 EU 정상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하원의 승인 투표 부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여겨진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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