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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1일 한미 정상회담… ‘굿 이너프 딜’ 한국 중재안, 미 수긍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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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1일 한미 정상회담… ‘굿 이너프 딜’ 한국 중재안, 미 수긍 여부가 관건

입력
2019.03.29 21:00
수정
2019.03.30 10: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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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ㆍ트럼프,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뒤 첫 만남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이 핵심 의제… ‘촉진자’ 문 대통령 역할 시험대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0∼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 워싱턴DC를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9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0∼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 워싱턴DC를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달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두 정상의 첫 만남이다. 북한을 한반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게 하는 방안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미국을 상대로 북한 입장을 이해시켜 하노이 담판 때 드러난 양측의 현격한 인식 차를 줄이는 게 북미 대화 촉진자를 자임한 문 대통령의 과제지만 녹록한 상황이 아니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9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초청으로 4월 10~11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다”며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양국이 어떻게 공조할지를 심도 있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미가 정상회담만을 위한 ‘공식실무방문’인 만큼 두 정상의 논의는 양국의 최대 관심 현안인 북미 비핵화 대화의 조기 재개 방안을 도출하는 데 집중될 공산이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이후 이뤄지는 회담인 만큼 양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톱다운(top-down) 외교의 방향성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는 현 국면을 진전시킨 톱다운 방식이 앞으로 활발히 진행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북미 협상 복원의 관건은 양측에 제시할 한국 중재안이 북미 모두 수긍할 만한 해법이냐는 것이다. 청와대의 비핵화 방법론 구상의 큰 틀은 이미 공개됐다.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일시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연속적 조기 수확’을 대안으로 언급하면서다. 최대한 포괄적인 합의를 끌어내되 양측 간 신뢰가 충분하지 않은 형편에서 비핵화 목표 도달에 필요한 동력을 유지하려면 몇 단계의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은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 논리다. 미국의 ‘일괄 합의 일괄 이행’론과 북한의 ‘단계 합의 단계 이행’론의 절충안인 셈이다. 더불어 북한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비핵화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미국을 타이르는 일도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할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제재라는 대북 비핵화 유도 수단을 어떤 식으로 쓸지도 한미가 조율해야 할 현안이다. 현재 미국은 대화 통로를 열어놓은 채 제재 지속을 통해 경제적으로 압박해야 북한이 비핵화 요구를 수용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제재 적용의 예외로 허용하는 전략이 비핵화 견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견을 극복하고 한미 정상이 한목소리를 내는 데 성공한다면 하노이 회담 뒤 불거진 ‘한미동맹 이상’설(說)도 잦아들 수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다음주 방미해 백악관과 의제를 구체적으로 조정할 예정이고, 29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내달 1일 개최될 한미 국방장관 회담도 성공적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대북 정책과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금 등 현안별 양측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백악관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면서 “한미동맹은 여전히 한반도 평화ㆍ안전의 린치핀(linchpinㆍ핵심축)”이라고 했다. “이번 방문이 동맹과 양국의 우정을 강화할 것”이라며 신뢰하는 관계임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를 낙관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더 이상 북한이 대미 소통을 우리에게 의존하지 않는 데다 남북 경협 등 청와대 대북 정책에 미측이 별로 우호적이지도 않은 마당에 어떤 합의가 가능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북한한테 협상에 나올 명분을 줘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하기는커녕 도리어 방위비 인상과 자동차 관세 상향, 한일관계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미측 요구를 부담으로 안고 오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 다음 순서다. 북한 의사가 중재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도 “하노이 회담 뒤 남북 간 본격 논의는 아직 전개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지난해 5ㆍ26 남북 정상회담처럼 문 대통령 방미 전 ‘원 포인트’ 남북 회담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노이 담판 결렬 직후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해 그 결과를 알려달라며 문 대통령을 초청한 바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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