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ㆍ박영선 장관 후보 2명엔
한국당ㆍ바른미래 임명 불가 확고
文대통령 강행 땐 정국경색 전망
여야 ‘청문회 개선 필요성’ 공감
위증죄 처벌 등 법개정 논의 예고
문재인 대통령의 장관 후보자 7명 임명 과정이 가시밭길이다.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연구비 유용 등 갖은 의혹이 쏟아진 탓에 여권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부족한 후보자들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야당은 일제히 부적격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정치권 분위기에 문 대통령이 전원 임명 강행시 정국경색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논란까지 겹치면서 장관 후보자 중 적어도 1, 2명의 낙마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사청문회는 27일 마무리됐지만 29일까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단 한 건도 채택되지 않았다. 특히, 김연철 통일부ㆍ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2명을 두고는 원내 2, 3당인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임명 불가 방침이 확고해 청문보고서 채택이 더욱 불투명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2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 촉구 및 문재인 정권 인사참사 규탄대회’에서 “’판문점 도끼 만행을 나무 자르기 사건’이라 한 김 후보자와 거짓 답변과 음해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여러 의혹이 있는 박 후보자는 당연히 사퇴함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4월 1, 2일쯤 사퇴 대상과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 대상, 부적격 의견을 담은 보고서 채택 대상 등을 분류해 낙마 타깃을 명확히 밝힐 방침이다. 현재 한국당 기류를 감안하면 김ㆍ박 후보자에 대한 사퇴 요구가 달라질 기미는 없다.
게다가 한국당은 박 후보자가 자신이 검증을 받아야 할 청문회장에서 ‘김학의 동영상 CD’를 내세워 황교안 대표를 공격한 만큼 고발(허위진술 등) 조치를 포함한 초강경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은 이날 박 후보자의 진료특혜 의혹을 파헤친다며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도 찾았다.
바른미래당도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방침이 확고하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는 각종 망언과 청문회장의 소신 없는 발언 등으로 국정수행의 자질이 부족하고, 박 후보자는 인사청문 중 한국당의 보이콧이 일어날 정도였다. 보고서 채택 자체를 논할 수 없다”고 했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도 “연구비 유용 의혹 등 중대한 도덕적 결함이 있음에도 자료제출이 미흡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민주평화당 역시 조 후보자에 임명 반대 뜻을 밝혔고, 정의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짙은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 인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일인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은 일단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때까지 채택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10일 안에 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할 수 있다. 그럼에도 채택이 안 되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야당은 이번 부실 인사를 두고 일제히 문 대통령을 강력 성토했다. 앞서 7명 후보자 모두를 ‘부적격’이라고 판단했던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로텐더홀에서 ‘판문점 나무 자르기 김연철 OUT(아웃)’ ‘위선영선 OUT’ ‘투기전문가 최정호 OUT’ 등 후보자 전원의 핵심 의혹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연좌 농성하면서 “인사 참사를 초래한 문 대통령은 사과하라”고 외쳤다. ‘불미스러운 충돌’ 발언 논란을 낳은 정경두 국방장관의 사퇴 요구 목소리도 냈다. 바른미래당도 “대통령이 이번에도 임명 강행하면 협치를 안 하겠다는 선언으로 간주하겠다”면서 “대통령의 객관적 판단에 장애를 초래하는 ‘인의 장막’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야를 불문하고 인사청문회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인사자료 검증 자료의 국회 공유와 위증죄 처벌 조항 신설, 국회 비토권 강화 등 관련 법 개정을 주장했고, 바른미래당도 올 상반기 내 제도개선 안 처리를 제안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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