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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온가속기 장기 계획 세운 미국은 2022년 완공 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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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온가속기 장기 계획 세운 미국은 2022년 완공 순조

입력
2019.04.02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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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장비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완공 지연 우려가 커진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라온ㆍRAON)와 달리, 미국 미시간주립대의 중이온가속기 ‘에프립(FRIBㆍFacility for Rare Isotope Beams)’은 2022년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에프립은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를 구축하려는 정부가 비교 대상으로 꼽은 사업이다.

에프립은 지난 2월까지 가속기의 핵심인 가속관 340개를 납품 받아 319개를 성능 시험했고, 그 중 308개가 기준을 만족했다. 에프립에 들어가는 324개의 가속관 중 95%를 확보한 것이다. 미시간주립대는 확보한 가속관을 2017년부터 지하에 설치하고 있다.

이와 비교해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의 가속관 개발은 매우 미진하다. 가속기에 들어가는 네 가지 초전도가속관(HWRㆍQWRㆍSSR1ㆍSSR2) 중 SSR1은 캐나다 국립입자핵물리연구소(TRIUMF)에 2014년 용역을 맡겨 시제품 2개 중 1개를 만들었으나 성능 평가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SSR2는 아직 성능을 검증할 시제품도 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나머지 가속관의 연구개발(R&D)도 양산 단계엔 이르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에프립보다 3년 늦은 2011년 사업을 시작했는데도, 에프립보다 1년 빠른 2021년을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완공 시기로 잡고 있다.

두 중이온가속기 사업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준비기간에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미국과학재단(NSF)은 이미 1996년 장기계획보고서를 통해 “희귀동위원소를 만드는 차세대 중이온가속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1999년 미국 핵과학자문위원회(NSAC)도 “희귀동위원소가속기(Rare Isotope AcceleratorㆍRIA)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결론 냈다. 이때부터 미국 핵물리학연구소인 아르곤국립연구소와 미시간주립대가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RIA 유치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2006년 DOE는 막대한 비용(11억 달러ㆍ약 1조2,400억원)이 든다는 이유로 RIA 계획을 취소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2008년 미시간주립대가 DOE로부터 에프립 건설승인(7억3,000만 달러ㆍ약 8,200억원)을 받으면서 미국의 차세대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중이온가속기 구축 계획이 중간에 바뀌긴 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중이온가속기 관련 연구개발(R&D)이 꾸준히 진행된 셈이다.

반면 한국은 대형 실험장치 구축 일정을 먼저 못 박고, 이후 R&D에 나서는 방식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충분한 연구 없이 성과에만 집착하는 낡은 관행이 남아 있는 것이다. 김은산 고려대 가속기과학과 교수는 “기술과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에 뛰어들면 여러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특히 막대한 구축비용이 들어가는 대형 실험장치 사업은 충분한 선행연구를 통해 위험요인을 줄이는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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