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신작 ‘맵 더 소울: 페르소나’ 티저 영상
심리학자 융 이론 모티프로 자아 찾기 여정 시작
“록과 힙합 섞은 앨범?” “ ‘페르소나’ ‘쉐도우’ ‘에고’ 3부작?” 추측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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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 받다 순식간에 세계의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된 후의 혼란은 어떤 걸까. 지난 27일 공개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티저 영상에는 리더인 RM(본명 김남준ㆍ25)의 성장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RM은 영상에서 “나는 내가 개인지 돼지인지 뭔지도 아직 잘 모르겠는데 남들이 와서 진주 목걸이를 거네”라고 랩을 한다.
RM은 지난해 가을 그룹을 대표해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 회의장에서 연설자로 나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라”고 해 반향을 낳았다. 방탄소년단과 이들의 음악은 국경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기성세대의 억압과 획일화된 교육을 비판하며 청춘의 대변인이란 ‘훈장’을 얻었지만, RM은 주어진 사회적 명성만큼 자신이 무르익었는지 모르겠다고 랩으로 고백한다.
2년 전 세상을 발칵 뒤집은, 한 교육부 공무원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활용해 돌아본 그의 성찰은 치열하다. RM은 2017년 낸 방탄소년단 노래 ‘엠 아이 롱’에서 “민중은 개돼지”란 문제의 발언을 풍자한 적 있다.
RM의 사회적 시선에 대한 부담은 영상으로 재현된다. RM 옆엔 3D로 만들어진 가상의 RM이 실존을 집어삼킬 듯 바라본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하면 또 하나의 자아, 즉 페르소나를 만들기 마련이다. 세계를 누비는 방탄소년단 같은 아이돌에겐 페르소나가 클 수 밖에 없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과 규범이 많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RM의 페르소나는 태산처럼 거대하다. 방탄소년단 RM으로서의 책임감이 청년 김남준에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RM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3분 여의 티저 영상 제목은 ‘맵 더 소울: 페르소나’다. 내달 12일 발매될 방탄소년단의 동명 앨범 맛보기로 제작됐다. 영상에서 RM이 부른 곡은 방탄소년단 신작에 실린다. 방탄소년단은 앨범 발매에 앞서 멤버별 티저 영상을 공개한 뒤 그 노래를 앨범에 인트로곡으로 삽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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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너를 사랑하라는 뜻의 ‘러브 유어셀프’를 주제로 시리즈 앨범을 낸 방탄소년단은 영혼의 지도란 의미의 ‘맵 더 소울’로 새로운 음악 여행을 시작한다. 신작의 모티프는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쓴 동명의 책에서 따 왔다. 영상 속 교실의 칠판엔 ‘Persona(페르소나), Shadow(쉐도우), 에고(Ego)’란 문구가 적혀 있다. 융이 책에서 언급한 나를 찾는 화두들이다. 이 단어들로 방탄소년단이 시리즈 앨범을 잇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티저 영상은 방탄소년단이 5년 전 낸 노래 ‘스쿨 러브 어페어’로 시작된다. 데뷔 초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돌아보며 신작 제목처럼 영혼의 지도를 찾아가려 한 비유로 보인다. ‘러브 유어셀프’로 깨달은 나를 사랑하는 일을, ‘맵 더 소울’ 즉 영혼의 지도를 그려가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실현하려 한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음악적으로는 새롭다. 방탄소년단은 티저 영상에서 그간 자주 들려주지 않은 장르의 곡을 선보였다. RM은 록밴드 연주에 맞춰 랩을 쏟아낸다. 랩을 하는 보컬을 앞세워 록 음악을 연주한 미국 유명 밴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음악이 연상 된다.
티저 영상에 대한 방탄소년단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영상은 공개 이틀 만인 29일 조회 수 1,400만 여 건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온라인에 ‘힙합과 록을 섞은 앨범이 되는 거냐’(es***), ‘방탄소년단은 결국 멤버들을 위한 ‘트루먼 쇼’였던 건가’(mirye***) 등의 추측을 쏟아 내며 새 앨범을 기대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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