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논란 김의겸 대변인 사퇴로…급한 불 껐지만 ‘3ㆍ8개각’ 지뢰밭
金 미흡한 해명에 靑 분위기 반전…다주택 보유 장관 후보자 여론 싸늘
野, 장관 후보 7명 모두 반대 극심…전원 임명카드는 꺼내기 힘들 듯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대 폭으로 이뤄졌던 3·8개각이 국회 검증과정을 거치면서 ‘인사참사’ 위기로 불거지고 있다. 국정쇄신과 정국반전 카드로 작용해야 할 개각이 오히려 검증부실로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3·8개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제성과 부진과 공직기강 해이를 거치며 전면적인 분위기전환 카드였다. 그러나 부동산과 전쟁을 불사하며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주택정책의 책임자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 사회 최고의 ‘알짜배기 땅’으로 불리는 강남과 분당, 세종에 3채 집을 보유한 인물이다. 여기에다 ‘대통령의 입’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고가건물 매입 투기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만인 29일 전격 사퇴했다. 들끓는 민심에 김 대변인 스스로 즉각 퇴진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동산투기를 잡겠다고 특단의 대책을 세워 전국의 부동산 경기를 다잡아놓고 청와대에선 부동산투기를 했으니”라면서 “문 대통령은 의리보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우선이다.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고 비판했다. ‘다주택보유자’를 주택정책 주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청와대 인사라인의 ‘서민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민심과 동떨어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내건 정책기조와 전혀 다른 모습들이 인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현 정부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불어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7명의 장관후보자 중 몇 명이나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 시름이 깊어가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김 대변인 사퇴로 당장 급한 불을 끄면서 여론달래기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당이 장관 후보자 전원에 대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것에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김의겸 대변인 투기 의혹ㆍ사퇴가 겹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대변인을 직접 만나 사의 표명을 받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까지 김 대변인 거취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던 청와대 분위기는 하루 사이 변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변인의 건물 취득 과정에서 불법성이 없다면 본인의 해명을 좀 더 기다려보자는 기류가 강했지만, 전날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국민 사과는커녕 명쾌하지 않은 해명을 하는 걸 보고 청와대 내 여론도 기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의겸 대변인 사퇴 직전 청와대에 사실상 ‘사퇴 압박’ 메시지를 전한데 이어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일정한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관측됐다. 장관후보자 1, 2명의 낙마는 불가피하다는 게 여권 주변 기류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상황을 공유하고 국민정서에 맞지 않은 사례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은 장관 후보자 7명을 ‘부적격’으로 보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기로 한 상태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부인을 동반한 잦은 외유성 출장 및 아들의 ‘호화 유학’ 의혹이 제기됐고,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ㆍ자녀 편법 증여 의혹이 나왔다. 청와대 입장에선 야당에 ‘전원 임명 강행’이냐 ‘일부 지명 철회’냐를 놓고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할 시기에 김 대변인 사퇴 사태까지 터지게 된 꼴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정국 반전카드에 고심하고 있다. 작년엔 소득주도성장 논란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데 따라 문 대통령은 올해 들어 소득주도성장을 언급하지 않고 혁신행보에 친기업행보까지 하며 재계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 인사참사로 여권의 국정동력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마땅한 반전카드도 보이지 않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여권 관계자는 “장관 인선 문제를 현명하게 돌파해야 국정운영에 힘을 받고 내년 있을 총선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장관 후보자 7명 전원에 대한 임명 강행 카드는 꺼내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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