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말 발생한 포항 지진과 관련된 정부 및 기업 책임자들을 살인죄로 형사 처벌해달라는 고소가 제기됐다. 포항 지진 의혹이 형사 사건으로까지 번지게 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민사 소송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진 피해자 1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는 29일 포항지열발전소 관리감독 최고책임자인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지열발전을 주도했던 넥스지오 대표, 지열발전 대표를 살인죄 및 상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범대본은 “피고소인들이 2017년 4월 지열발전 물 주입 과정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미소 지진을 계측하고 대규모 지진의 전조현상임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포항 지진을 유발했다”며 “이는 결국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와 상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범대본은 고소장과 함께 지진 발생 당일 벽돌에 맞은 뒤 치료 중 숨진 70대 여성의 병원 의무기록 사본과 지진 피해 사진 등도 첨부했다.
범대본은 이어 △포항지열발전소 입지 당시 활성단층을 조사하지 않은 점 △지열발전 경험 없는 미자격업체를 선정한 점 △기술개발사업 평가 시 지진발생 및 안정성 평가기준을 배제한 점 등에 대한 직무유기 의혹도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지역사회 전반에 확산된 책임자 처벌 여론을 수용하는 한편, 현재 진행 중인 지진피해 민사소송을 진행함에 있어 감춰진 정보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고소장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 11월15일 포항지열발전소 일대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포항 지진은 850억 원의 재산피해 냈고 집을 잃은 이재민도 1,800명에 달했다. 이후 구성된 범대본은 지난해 1,300여명의 시민참여소송인단을 구성해 지진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진 원인을 둘러 싼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 20일 “포항 지진이 근처 지열발전소 때문에 촉발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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