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역의 25억원대 상가주택을 매입해 부동산 투기 논란에 휩싸였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격 사퇴했다. 본인은 노후 대책 차원의 투명한 투자라지만 매입 시기 및 자금 조달 과정이 석연찮다는 의혹이 커지고 여권에서조차 부동산 정책 신뢰 훼손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오자 서둘러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사퇴로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보긴 어렵다. 김 대변인의 행위에 불법은 없었다 해도, 대통령의 핵심 정책기조에 어긋나는 측근의 부적절한 처신이 용인돼온 구조가 문제여서다.
김 대변인은 노후 임대 소득과 편모 부양을 위해 본인 재산 14억여원, 은행대출 10억여원을 투자해 건물을 매입했을 뿐,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시세 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투기는 아니다”고 강변했다. 그는 사퇴하면서도 대변인 취임 5개월도 안돼 서울 요지에 ‘전 재산 올인 투자’를 하고 은행 대출의 최대치까지 끌어댄 행위의 잘잘못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야당이 ‘내노남불(내가 하면 노후대책, 남이 하면 불법투기)’ ‘낮밤이 다른 두 얼굴의 대변인’이라고 꼬집으며 사퇴를 요구하고, 여당도 “‘25억 건물주’가 대변인이라니…”라고 걱정할 만하다.
그러나 청와대가 가장 아파해야 할 것은 검증 시스템이 ‘안팎으로 새는 바가지’로 전락한 점이다. 최근 실시된 장관 후보자 7명의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부동산 투기에서 불법 채용까지 국민 눈높이는 물론 청와대 7대 인사기준에도 맞지 않은 흠결과 의혹이 도처에서 드러났다. 야당이 7명 모두 부적격자라고 규정하는 것을 정치 공세라고만 치부하기 힘든 까닭이다. 김 대변인의 경우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가 없었으면 모두 까맣게 몰랐을 사안이다. 급격한 재산 변동을 그때그때 신고하는 의무가 없고 내부 자정 및 검증 시스템도 없다니 말이다.
김 대변인 사퇴 파문과 인사청문회 논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의 직무유기 내지 기능 마비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인사 난맥과 기강 해이의 진원지인 두 수석이 대통령의 신임 아래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매번 책임을 묻지 않고 감싸니 같은 잘못이 반복되는 것이다. 청와대는 자성과 사과를 넘는 용단으로 새 출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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