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산업의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주저앉으면서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현재와 미래 경기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동행ㆍ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970년 이후 처음으로 9개월 연속 동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1.9% 감소했다. 이는 2013년 3월(-2.1%) 이후 71개월 만에 최대폭 감소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3.2%)에서 감소한 영향으로 전월 대비 2.6% 감소했다. 1월 증가(3.5%)했던 자동차 생산은 지난달 완성차 수출과 자동차부품의 국내 수요 등이 줄어들면서 뒷걸음질한 영향이 컸다. 이 여파로 제조업 생산도 전월보다 2.6%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2.2%), 전문ㆍ과학ㆍ기술(-4.3%) 등이 줄어 전월에 비해 1.1% 줄었다.
견조했던 소비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의복 등 준내구재(3.3%) 판매는 늘었으나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8%), 승용차 등 내구재(-0.9%) 판매가 줄면서 전월에 비해 0.5% 감소했다.
특히 지난달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0.4%나 급감했다. 반도체 경기 둔화 등으로 반도체제조용기계를 포함한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한달 전보다 11.5%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선박 등 운송 장비 투자도 7.1%가 줄었다. 건설투자를 의미하는 건설기성은 건축(-3.5%), 토목(-8.2%) 모두 실적이 줄면서 전월 대비 4.6% 감소했다.
생산, 소비와 함께 설비ㆍ건설투자가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지난달과 비교 기준인 1월에 모든 지표가 좋았던 기저효과가 크다”면서도 “반도체 성장이 감소하면서 제조업이 하락세를 기록했고, 설비투자도 미뤄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ㆍ선행지수 전달보다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하락했다. 두 지표는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이는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실물지표와 경기전망 악화로 추경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월 경기지표 호조로 정부가 ‘경기개선 모멘텀’을 언급한 상황에 비해 경기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대응용 추경 편성 요건에 동떨어진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추경이 편성된다면 포항 지진 지원 예산을 반영하겠다”며 추경 ‘군불 때기’를 이어갔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