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인의 식탁에 유전자변형(GM) 연어가 오르게 됐다. 2015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연어의 식품 이용을 허가했지만 판매는 될 수 없었다. 한 달 뒤 의회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연어의 정체를 알 수 있도록 표시제가 마련될 때까지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였다. 지난해 말 마침내 표시제가 확정됐고, 3월 초 GM 연어의 판매가 승인됐다. 하지만 미국인은 이 연어를 알아차리기 어려울 것이다. 표시제가 모호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GM 연어는 여러 면에서 이례적이다. 우선 신청에서 허가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길었다. 생명공학회사 아쿠아바운티는 보통의 연어에 다른 물고기들의 유전자를 삽입해 2배 빠르게 자라는 ‘고속성장 연어’를 만들고, 1995년 FDA에 식용 승인을 신청했다. 이후 인체와 환경에 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까지 20년이나 걸렸고, 판매 허가까지는 3년이 더 소요됐다. 왜 그랬을까. GM 연어를 섭취하는 당사자인 소비자의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세계인이 먹어온 GM 식품은 콩이나 옥수수 같은 농작물이었고, 그 대부분은 가공식품 재료로 사용됐다. 이에 비해 연어는 동물인데다 인간이 직접 섭취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실감의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 가족 식탁에 이상스레 빨리 자란 연어를 올리기에는 아무래도 찜찜하다.
물론 심리적 이유만으로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개발자는 GM 연어의 성분이 보통의 연어와 동등하고, 육지의 밀폐 공간에서 기르기 때문에 바다에 방출될 염려가 없으며, 설령 방출된다 해도 불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생태계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전성을 파악하기에는 현재의 승인 요건이 철저하지 못하고, 인간의 실수나 자연재해로 양식장 연어가 바다로 탈출할 수 있으며, 일반 연어와 교배해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소비자의 반감을 일부나마 줄일 수 있는 방안은 표시제였다. 미국은 GM 식품의 최대 생산국이면서도 2016년에서야 표시제 의무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현행 표시제는 GM 연어의 판매를 오히려 알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목소리가 크다. 용어 선택부터 그렇다. 생명공학이 적용됐다는 의미로 ‘BE(BioEngineered)’라고 표기함으로써 유전자라는 말을 피했다. QR코드를 사용해도 된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갖지 않았거나 QR코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또한 적극적인 소비자라 해도 식당에서 요리돼 나오는 연어의 정체는 알 방법이 없다. 표시는 제품의 포장지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2년 앞서 GM 연어의 판매를 승인한 첫 번째 나라는 캐나다였다. 표시제는 예전의 미국과 비슷해 아직도 캐나다인들은 자신이 어떤 연어를 얼마나 먹고 있는지 모른다. GM 연어가 보통의 연어보다 비싼지 싼지 알 수도 없다.
GM 연어의 미국 시장 진입은 식용 GM 동물의 본격적인 확산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GM 새우와 송어가 곧 뒤를 이을 태세다. 중국은 고속성장 잉어를 개발해 상업화를 앞두고 있다.
우리와 무관한 얘기가 아니다. GM 물고기는 지금까지 GM 농작물이 그랬듯이 승인만 이뤄지면 언제든 국내로 들어올 수 있다. 식당에서 추어탕이나 장어구이를 먹을 때 물고기의 정체를 의심해야 할 날이 조만간 닥치지 않을까 싶다. 당장은 예상치 못한 경로를 통해 승인도 되지 않은 GM 연어가 들어올 일에 대비해야 한다. 3월 초 해양수산부가 GM 연어 검출 키트를 개발해 수입 연어를 적극 검사하겠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연히 적지 않은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따른다. 미국의 연어 소식에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해진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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