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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삯 모은 전 재산 1000만원 기부한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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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삯 모은 전 재산 1000만원 기부한 할머니

입력
2019.03.29 13:26
수정
2019.03.29 18:3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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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이언년 할머니

이언년(가운데) 할머니가 지난 27일 아산시 도고면행정복지센터에서 1,000만원이 든 봉투를 이정희(왼쪽) 면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할머니 시누이. 도고면사무소 제공
이언년(가운데) 할머니가 지난 27일 아산시 도고면행정복지센터에서 1,000만원이 든 봉투를 이정희(왼쪽) 면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할머니 시누이. 도고면사무소 제공

“이것이 내가 가진 것 전부여. 좋은 일에 써줘요.”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한 평생 홀로 살며 품삯을 모은 80대 할머니가 1,0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 신언리 이언년(88) 할머니는 27일 도고면행정복지센터를 찾아 행복키움추진단에 1,000만원을 전달했다.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거동이 불편해진 이 할머니는 앞으로 홀로 살기 어렵다고 판단, 다음달 요양병원에 입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요양병원 입소에 앞서 할머니는 평생 모은 돈을 행복키움단에 내놓았다. 다니던 교회에도 금일봉을 내놓았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놓은 할머니는 매달 받는 참전용사 유족연금과 노령연금으로 요양병원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할머니의 18세 꽃다운 나이에 결혼했지만 신혼의 단꿈은 한국전쟁으로 산산이 무너졌다.

곧 돌아온다며 전장에 나선 남편은 1951년 1월 강원 인제전투에서 남편이 전사했다. 시신은 찾지 못해 실종과 동시에 전사 처리됐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재혼하라는 주위의 성화를 단호히 거절하고 평생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마을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이사를 하면 언젠가 돌아온 남편이 자신을 찾지 못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는 취로사업이나 남의 논밭 일을 해서 받은 품삯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해온 몸은 망가졌고 거동마저 불편해졌다.

할머니는 15년 전부터 많지 않지만 죽기 전에 전재산을 도고면사무소에 기부키로 했다.

이정희 도고면장은 “할머니는 자신을 따스하게 보살펴 주었던 당시 도고면장의 고마운 마음을 잊지 못해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기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고면은 기부금을 할머니의 소중한 뜻을 담아 참전용사 유가족 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아산=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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