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남성에 대한 동양 여성의 성적 판타지를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독일의 한 온라인 광고가 한국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AFP 통신이 28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광고를 보고 분노한 많은 여성들은 광고 삭제는 물론 제작사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독일 대형 유통업체인 혼바흐(Hornbach)가 제작한 이 광고 내용은 이렇다. 정원에서 일하던 백인 남성이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된 속옷을 상자에 넣는다. 이 속옷은 진공 포장되어 일본 도쿄를 연상시키는 아시아 대도시 자판기에서 판매된다.
자판기에서 속옷을 꺼낸 아시아 여성은 속옷 냄새를 맡고 황홀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 때 "이것이 봄의 냄새"라는 자막이 흐르며 광고는 끝이 난다.
보기에 따라 동양 여성이 백인 남성에게 성적인 판타지를 갖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주입시킬 수 있는 내용인 셈이다.
광고를 본 네티즌들은 혼바흐 측에게 광고 삭제와 사과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8일 오후 기준 1,000명 이상이 이 청원에 서명했다고 AFP는 전했다.
혼바흐 측은 "해당 광고기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지 않았다"며 "도시 삶의 질이 얼마나 나쁜지를 보여주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이 나오는 장면에 담긴 도시 역시 특정 도시가 아니라, 상상의 도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즉 광고에 등장하는 백인 남성은 '자연'을, 동양 여성은 '도시인'을 상징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한국인 여성은 트위터에 "혼바흐측이 뭐라고 설명했던 간에 이 광고는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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