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맛 쓴 장관 후보자 7인 청문회… 정권마다 악습 되풀이
전문가 “청문회 무용론은 경계… 자료제출 등 요건 구체화를”
언제까지 이런 청문회를 계속해야 하나. 27일로 마무리 된 장관 후보자 7인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답답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야당의 ‘무차별 흠집내기’와 여당의 ‘청와대 눈치보기’ 고질병이 되풀이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에도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증상은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어차피 임명할 거라는 생각에 야당의 공세는 더 가팔라졌고, 후보자들도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곤란한 질문에 애매모호한 대답을 반복하며 버티기로 일관했다가 파행이 나기 일쑤다. 문제는 인사청문회가 망신주기 장으로 전락할수록 장관 후보자 구인난은 심해져 온전한 후보가 청문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더 떨어진다는 점이다. 장관 후보자의 정책과 자질을 검증한다는 인사청문회가 도리어 잠재적인 우수 후보자가 공직 기회를 기피하게 만드는 애물단지 장치가 되어 버렸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부터 3일 연속 진행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여야 공히 후보자의 도덕성과 업무 능력 검증을 약속했지만 결국 신상털기와 맥 빠진 진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27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고성과 설전 끝에 자유한국당이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고, 다음 날 한국당 지도부가 장관 후보자 전원에 대한 부적격 입장을 선언하며 정국이 급랭했다.
역대 정권마다 청문회라는 문턱 때문에 괜찮은 후보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이 정부 들어서도 청문회에서 호되게 욕을 본 한 전직 장관이 “우리나라 청문회는 성직자가 아니면 통과하기 어렵다”고 혀를 찼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청와대의 사전 인사 검증 부실이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번 청문회에선 청와대가 제시한 기준에도 못 미치는 부적절한 인사가 다수 포함돼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한 여권 인사도 “여권 내부에서 보기에도 문제 있는 인사가 다수였다는 것은 청와대 스크린의 실패”라고 꼬집었다.
야당도 망신주기식 인신공격이나 신상털기로 정치 혐오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 박 후보자의 경우 혼인관계증명서, 초혼 및 재혼에 대한 결혼 날짜와 혼인 신고 날짜, 후보자 유방암 수술을 시행한 병원 이름 등 사생활 관련 자료 제출 여부를 요구하고 후보자가 맞서면서 보이콧 파행의 발단이 됐다.
전문가들은 청문 제도에 대한 무용론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검증의 실효성을 높이고 정확한 요건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이무성 명지대 교수는 “여야 합의만 된다면 최소한 국무위원까지는 청문회에서 보고서 채택을 의무로 하는 법을 마련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미국의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백악관 검증 자료를 의회에 제출하는 제도가 있는데 우리는 청와대가 후보자 검증을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자료제출과 관련해서도 금융자료 제출 기준이나 개인 정보의 범위 등을 정확히 만들면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김한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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