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사업자인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추진중인 SK브로드밴드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두 회사의 합병이 가능할지 여부를 미리 봐달라고 요청했다. 정식 계약 절차를 밟기 전 합병 가능성을 타진해 리스크를 줄이고,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면 정식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공정위는 28일 SK브로드밴드가 제출한 티브로드 합병과 관련한 임의적 사전심사 요청서를 접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임의적 사전심사는 기업이 인수합병(M&A)을 앞두고 미리 공정위에서 심사를 받아보는 제도다. 사전심사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M&A 이후 다시 정식 신고를 해야 한다. 다만 기업결합신고서 내용과 임의적 사전심사 내용이 다르지 않을 경우에는 ‘간이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공정위가 사건 처리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공정위에 임의적 사전심사를 요청한 것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기업결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는 2016년 CJ헬로비전(현 CJ헬로)과와 합병을 시도했다가 공정위로부터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거부당한 바 있다. 이번에는 사전 심사를 통해 계약 전 미리 합병 승인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사전심사를 통해 ‘패스트트랙’을 밟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유료방송 M&A 시장의 경쟁자인 LG유플러스 때문이다. 지난달 CJ헬로 인수 계약을 체결한 LG유플러스는 지난 15일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했다. LG유플러스보다 M&A 절차에 늦게 착수한 SK브로드밴드로서는 사전심사에서 긍정적 결론을 받아낸 뒤 다시 기업결합신고를 한다면 먼저 M&A를 시작한 LG유플러스-CJ헬로를 따라잡을 수 있다.
임의적 사전심사 기간은 실제 기업결합심사와 마찬가지로 신고일로부터 30일이고 공정위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90일간 연장이 가능하다. 자료 보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120일의 심사기간을 초과할 수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기업 결합이 방송 및 통신 산업 분야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면밀히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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