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11ㆍ15지진 공동연구단 양만재 위원
경북 포항의 11ㆍ15지진 공동연구단 양만재 위원(63)은 지난 20일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일으켰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 후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정부조사단과 별개로 포항시가 꾸린 11ㆍ15지진 공동연구단 소속이다. 지질학 관련 학자도 아니지만, 언론 등 각종 매체와 기관의 섭외 ‘1순위’다.
이렇게 된 배경이 있다. 그는 포항지진 후 지열발전 사업과 관련한 외국논문까지 독학으로 파고들면서 웬만한 지질학자보다 더 많은 자료를 보유했고,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지열발전의 위험성을 꾸준히 알려왔다. 지난 1년간 포항지진과 포항지열발전의 연관성을 조사한 정부조사연구단 단장 이강근 서울대 교수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그의 본업은 포항 남구 대이동에 위치한 경북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장애인 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기관이다. 27일 장애인옹호기관 사무실에서 만난 양 위원은 “경주지진까지 3번의 큰 지진을 겪으면서 지진 등 각종 재난 발생 때 장애인 보호 대책을 고민하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학자이기도 한 그는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고, 유학생활로 영국에서 7년간 살며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험을 살려 ‘지진과 지열발전’이라면 영어로 된 논문까지 닥치는 대로 섭렵했단다. 하지만 물리학 용어와 수학공식이 가득한 논문을 살펴보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는 “내용이 너무나 생소해 논문 하나를 수십 번씩 읽어야 했다”며 “지구물리학에는 문외한이지만 사회학자다 보니 지열발전의 기술보다는 사업가와 연구원, 관련 학자들이 지진 가능성을 밝히는데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따져 봤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6월 지열발전 건설 도중 규모 3.4의 지진이 일어난 스위스 바젤시와 독일 란다우시를 찾아 많은 지진이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을 일으켰다는데 확신했다. 그는 또 포항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업체와 대학 교수, 정부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지진 유발 가능성은 물론 지진이 일어난 사실조차 알리지 않은 것에 크게 분노했다.
이후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내ㆍ외 논문에서 찾은 포항지열발전 사업 과정의 문제점을 낱낱이 올렸다. 이어 지난 20일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이 촉발한 지진이라는 내용으로 발표되자 페이스북 등에는 “양만재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는 등 갈채의 글이 쏟아졌다.
주변의 칭찬에도 그는 “포항지진 후 줄곧 지열발전을 원인으로 지목한 이진한 고려대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의 공이 크다”며 “공동연구단을 꾸려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강덕 포항시장에게도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열발전을 주도한 사업자를 비롯해 연구 개발에 참여한 학자와 연구원들의 사과와 함께 정부조사단 발표 후 서로 정권 탓만 일삼는 정치인을 향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양 위원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때문으로 발표됐는데도 사업자와 참여한 학자, 정부 연구기관에서는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권도 지열발전이 어느 정권 때부터 시작됐다는 등 상호 비방을 멈추고 지진으로 집까지 잃고 고통 받는 포항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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