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로 날아가 알아즈하르(수니파의 선도적 이슬람 율법 연구기관)의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大) 이맘(최고지도자)과 회동했다. 두 종교지도자는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류 박애에 관한 문서’에 서명하고, 양 종교 신도들과 세계지도자에게 관용과 평화를 확산시키고 ‘세계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도덕적, 문화적 쇠퇴’를 근절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이 언급한 도덕적, 문화적 쇠퇴 중 하나는 가족에 관한 것으로 교황과 대 이맘에 따르면 “가족 제도를 공격하거나, 경멸하거나, 그 중요 역할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라며 “현시대 가장 위협적인 폐해의 하나”이다. 이 문서는 가족이 “사회와 인류의 근본적 핵”이며 “아이들을 세상으로 인도하고, 양육하고, 교육하고, 탄탄한 도덕성을 형성하고, 국가안보를 공고히 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이 느끼는 불안은 이해할 수 있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자녀가 있는 이성애 부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은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로 나쁜 것일까.
유엔은 세기말까지 세계인구가 110억을 넘어설 것이라며, 특히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 가장 빠른 인구증가를 보인다고 한다. 상황적으로 볼 때,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일부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한 사람들의 비율이 다양한 이유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동거’에 대한 비난이 줄어들면서, 많은 커플은 자녀를 갖거나 갖지 않는 것과 관계없이 결혼이 꼭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혼과 관련된 복잡한 법적 절차와 비용이 결혼을 억제하고 있다.
물론, 이런 부부도 합법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구성하는 가족과 똑같이 단란한 가족을 꾸려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전의 관계에서 얻은 자녀를 부양하는 ‘혼합’ 또는 ‘조각보’ 가족도 전통적인 가족이 제공하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다. 교황과 대 이맘은 동성애 부부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짐작건대 이런 가정에서는 자녀가 ‘탄탄한 도덕성을 형성’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할 것이지만, 오늘날 여러 나라에서는 동성애 부부의 결혼과 가족결성을 인정하고 있다. 보통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으로 아이를 가지려는 독신 여성들도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을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그런데 아마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독신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45%가 이혼했거나, 미망인이거나, 결혼한 적이 없다. 뉴욕시와 같은 몇몇 지역에서는 대부분이 독신이다.
연구에 따르면, 독신이 외롭고 불행하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독신자가 기혼자보다 실제로 더욱더 넓은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타인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며 결혼한 사람들보다 부모님, 형제자매 또는 이웃을 도울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다. 결혼한 커플은 적어도 자녀가 있을 때까지는 배우자를 우선시하며, 이후에는 보통 자녀들을 우선시한다. 가족이라는 테두리보다 더욱 큰 집단에 있는 더 많은 사람을 배려하는 경향은 윤리적으로 더 바람직하며, 특히 저소득 국가에 사는 아무개에 비해 가족 내 다른 구성원이 훨씬 형편이 좋을 수 있는 풍요로운 사회에서 윤리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성경과 코란은 이렇게 보다 보편적인 견해를 윤리적으로 우월하다고 인정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 대해 분명하게 책임지는 작은 그룹으로 사회를 구분하는 것은 큰 장점이 있기는 하다. 이는 다른 사회적 포유동물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는 진화된 본능적 감성과 일맥상통한다. 어른들이 집단 구성원들의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동양육에 관한 비공식적인 시도가 유행하고 있긴 하지만,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의 집단 육아와 같은 대안은 성공하지 못했다.
단란한 가족은 지금까지 보아온 다른 어떤 형태의 가족보다 더 사랑 가득하고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지만, 그것이 전통적인 결혼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교황과 대 이맘이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사실 기독교와 이슬람교는 가족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며, 이슬람은 다처제를 허용한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교황과 대 이맘이 진실로 ‘가족’에 관하여 서로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다른 형태의 가족이 아이들은 물론 관련된 사람들에게 해가 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이를 수용해야 한다.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류 박애에 관한 문서’가 가족의 중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현시대의 가장 위협적인 폐해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는 점이 희한하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런 작은 테두리에 우리 자신을 국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발달한 교통수단과 인터넷으로 인해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우정을 쌓고 있다. 진정 ‘인류 형제애’를 위한다면, 전통적인 형태의 가정을 무리한 제약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비난하기보다, 전 세계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 형성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피터 싱어 프리스턴대 윤리학 교수
애거타 세이건 독립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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