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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브라질도 휘청... 글로벌 경제 '새 도화선' 신흥국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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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브라질도 휘청... 글로벌 경제 '새 도화선' 신흥국 시장

입력
2019.03.29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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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27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이 실린 선거 홍보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 여성이 27일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사진이 실린 선거 홍보 포스터 앞을 지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주요 신흥국을 흔들었던 터키의 외환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친시장적 개혁 추진으로 기대를 모았던 브라질 새 정부도 집권 90여일 만에 휘청대고 있다. 유럽과 중국 경기 둔화로 불안에 휩싸인 세계 경제에 신흥시장이 새로운 도화선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심상찮은 터키ㆍ브라질 경제 

28일 외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 정부는 전날 자국통화인 리라화를 해외 금융기관에 대출하지 말도록 은행권을 압박했다. 리라 가치 하락을 전망하는 해외 투기세력의 매도 베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리라 품귀현상에 역외시장에서 리라 조달비용을 가리키는 오버나이트(1일물) 스와프 금리는 연 1,000%를 넘어섰다. 이에 투자자들은 리라 대신 터키 자산을 팔아치우는 것으로 대응하면서 27일 터키 대표 주가지수인 보르사 이스탄불 100지수는 5.7% 폭락했다.

터키 정부는 환율 변동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관세 전쟁’을 계기로 리라 가치가 폭락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22일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7% 급락하자 리라 매도를 권장한 투자은행 JP모건에 대해 “시장교란 목적이 있다”며 조사에 나섰다. 이러한 노골적 시장개입 조치는 그러나 해외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거란 기대를 모았던 브라질 경제도 급작스러운 정치 혼란에 제동이 걸렸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시장 요구에 부응해 내놓은 연금 개혁안이 의회와의 갈등으로 암초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정적과 동맹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분열주의적 정치 행태에 국내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해외 투자자들도 새 정부의 정치력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헤알화 가치는 3월 한 달간 5.5% 하락했고 연초만 해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이던 보베스파(Bovespa) 지수도 상승세가 꺾였다.

터키 리라화 환율 추이, 신흥국 통화 확률. 그래픽=박구원 기자
터키 리라화 환율 추이, 신흥국 통화 확률. 그래픽=박구원 기자

 ◇취약국으로 위기 전염 양상 

터키와 브라질 시장의 동요는 다른 신흥국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 취약국 통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급등(화폐가치 하락)하며 위기 전파의 경로가 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할 정도로 가치가 떨어졌던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26일 달러당 43.9페소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14%가량 환율이 오른 것으로, 페소 가치는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2.8% 역성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 때문에 긴축 정책을 풀기도 쉽지 않다.

남아공 랜드화는 27일 최근 3개월 내 가장 높은 달러당 14.6랜드로 치솟았다. 남아공 역시 지난해 대통령이 교체되는 혼란 속에 0.8% 성장에 그쳤다. 브렌던 매케너 웰스파고증권 전략분석가는 “위험도가 높은 신흥국 통화가 터키 위기의 영향을 받는 것은 지난해 리라 위기 때와 비슷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신흥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을 땐 해외직접투자(FDI)를 끌어들여 성장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위험 심리가 퍼지면 투자자금이 빠르게 안전자산으로 이탈하기 때문에 시장 변동에 취약하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조언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신흥국에 단기차익을 노리는 이들만 유입될 뿐 장기성장을 중시하는 이들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며 “이들 정부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친성장 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지만 대부분은 전략이 없거나 필요한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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