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징계 없어… 경찰 수차례 보고 사실 인정 반증
수사라인 대대적 인사 조치, 靑 민정의 직권남용 가능성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 2013년 당시 경찰 수사팀이 청와대에 여러 차례 첩보보고를 했다는 사실이 경찰 내부에서 충분히 소명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언이다.
28일 본보 취재에 응한 복수의 수사팀 관계자들은 “당시 청와대쪽에서 경찰이 허위 보고를 했다며 책임을 물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내부감찰이 진행됐고, 감찰팀이 정식으로 수사팀에 첩보 보고 여부를 확인하겠다 해서 당시 수사기획관과 범죄정보과장이 청와대에 첩보를 보고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아주 상세히 소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명은 당시 이성한 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됐고, 징계는 없었다. 징계가 없었다는 얘기는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한 사실이 인정됐다는 의미다. 실제 2013년 당시에도 김 전 차관 문제를 두고 책임 문제가 떠올랐으나 이 문제로 징계를 받은 경찰 관계자는 없었다.
당시 수사팀 핵심 관계자는 “내부감찰에서 사전 보고를 둘러싼 의혹이 깔끔하게 소명됐기 때문에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지, 만약 허위보고였다면 징계를 피할 수 있었겠느냐”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당시 수사기획관과 범죄정보과장 등 수사팀 관계자들은 첩보 입수와 보고 등 당시 상황을 상당히 꼼꼼히 정리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증언이 사실이라면 당시 민정라인의 직권남용 의혹이 커진다. 검증에 실패하고 징계마저 불투명해지자 당시 경찰 수사라인에 대한 대대적인 인사 조치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대검 진상조사단은 당시 수사기획관이었던 이세민 전 경무관을 불러 당시 상황을 조사했다.
한편 검찰은 김학의 재수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걸 감안하면 바로 특별수사단을 꾸리는 게 맞지만, 수사기관 입장에서 강제조사권이 없는 진상조사단의 조사 자료는 부실할 수 밖에 없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넘어온 진상조사단 자료를 보면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당위적 주장에 가깝지 재수사에 도움될 만한 새로운 증거나 정황 등은 거의 없다”며 “가장 핵심인 직권남용 혐의와 향후 넘어올 특수강간 혐의 수사는 입증 자체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수단에 선뜻 손들 사람도 없다. 단장은 검사장급이 맡게 되는데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지검장을 제외하고, 특수수사 경력이 있으면서, 동시에 김 전 차관 혹은 2013~2014년 1~2차 검찰 수사와 연관성이 없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이렇게 되면 후보자는 전국 23명의 검사장 중 3~4명 정도로 압축된다. 이들 또한 특수단장직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경지검의 한 간부는 “검찰 이름에 먹칠한 김 전 차관 사건이야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겠지만, 정치적 폭발력만 강하고 수사 실익이 나오기 어려운 이런 수사를 누가 맡고 싶어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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