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박영선에 그 CD 내가 줘… 黃 얼굴 빨개졌다고 해”
한국당, 입수 경로 추궁 “수사기밀 유출 경찰 고위직 누구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동영상 CD의 존재를 알렸다고 주장한 뒤 양측 간 진실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28일 박 후보자가 면담 일시와 상황을 상세히 제시하자, 한국당은 “수사 기밀인 CD 입수 경로를 소상히 밝히라”고 맞섰다.
박 후보자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황 대표가 저와 약속한 시간은 2013년 3월 13일 오후 4시 40분이었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2013년 3월 11일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다. 김 전 차관은 3월 15일 공식 임명돼 21일에 사퇴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박 후보자와 황 대표의 만남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한국당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황 대표가 김 전 차관의 비위 의혹을 알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박 후보자와 황 대표의 만남에는 당시 김주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후보자와 ‘박 남매’로 불리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가세해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생각해보니 박 후보자가 제게 전화로 낄낄거리면서 ‘황 장관에게 (김 전 차관 동영상 CD) 이야기를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더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또 기자간담회에서 “3월 13일 오후 5시 15분 황교안 법무장관, 김주현 기조실장 면담”이라고 적힌 일정수첩을 공개했다. 문제의 CD에 대해선 “제가 2013년 3월 초에 김 전 차관이 임명되기 전 경찰 고위간부로부터 해당 동영상 CD와 녹음테이프, 사진을 입수했다. 검찰이 (수사를) 잘 안 해준다, 그러니까 적당한 때 법사위에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자료를 줬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한국당은 ‘검찰 고발’ 카드를 꺼내 들며 반격에 나섰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후보자가 ‘동영상 CD를 꺼내 보여주면서 이런 사람 차관 시키면 안 된다고 황 대표에게 말했다’고 하더니 몇 시간 뒤 ‘CD를 보여준 적은 없고 재생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며 “제1야당 대표에게 ‘아니면 말고식’ 허위사실로 공격한 건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당시 경찰 수사라인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내사 착수 직후인 3월19일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했다”면서 “경찰 고위관계자 누가, 언제, 어떤 도움을 받기 위해 야당 박지원 의원에게 동영상 CD를 건넸는지 공개적으로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황 대표는 과거 박 후보자와 만난 사실이 있지만, 김 전 차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법무부장관이 되고 나서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박 후보자와 여러 번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며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