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박람회 북한 홍보관에 동남아 여행사들 발길 북적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국 주도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따른 외화난을 관광산업으로 돌파하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관광객 유치 목표를 전년도의 두 배인 40만명으로 정하는 한편,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에 대규모 관광산업 홍보인력을 파견했다. 중국 베이징과 평양을 잇는 항공편도 대거 증설하고 나섰다. 북한의 움직임은 핵ㆍ미사일 실험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 대상에 민간인의 자발적 관광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베트남국제관광박람회(VITM)에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이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 공격적 홍보에 나섰다. 북한 홍보관에는 베트남 여행사들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온 여행사 관계자들로 북적댔다.
북한 국가관광총국 산하 조선국제려행사의 김명송 대표는 “4박5일에서 최대 20일까지, 다양한 여행 상품을 준비해놓고 있다”며 “(북한 내) 여행 경비는 하루 70유로(약 8만9,000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스에는 평양, 원산, 개성 등 북한 주요 도시와 백두산, 칠보산, 묘향산 및 비무장지대 관광을 안내하는 10여종의 책자와 지도도 비치됐다. 2014년부터 시작된 VITM은 올해로 6번째 행사인데, 이번에는 북한을 포함한 25개국에서 502개의 팀이 참가했다.
인도네시아 여행사 무리야투어의 도니 하시홀란(43) 대표는 “북한 여행 상품개발을 위해 파트너를 찾던 중 북한의 VITM 참가 소식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전쟁발발 등으로부터)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북한 여행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북한 관광객도 최근 증가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까지 전무하던 베트남 지역에서의 북한 관광객이 지난해 300여명을 기록했는데, 북한 당국은 올해 3,000명의 베트남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12개 베트남 여행사와 계약을 맺었고, 이번에 7개 베트남 현지 여행사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체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까지 포함할 경우 올해 북한의 관광객 목표는 지난해의 두 배인 40만명”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관광객 유치열기는 중국에서도 확인됐다. 중국 에어차이나와 고려항공이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는 항공기 운항 편수를 크게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인 NK뉴스는 에어차이나 관계자를 인용해 “4월3일부터 평양을 오가는 항공기를 주 2~3회 운항으로 증편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 전문 여행사인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와 ‘고려투어스’ 관계자들이 북한의 고려항공 역시 베이징 노선을 주 3회에서 5회로 늘리기로 전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소식통은 “북한 매체들이 개성 관광상품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등 유치 열기가 과거와는 크게 다르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도 이날 “개성지구에서 관광이 진행된다”며 “관광 기간에 손님들은 왕건왕릉, 경효왕릉, 만월대, 고려박물관 등 역사유적 유물들과 천마산의 박연폭포를 보게 된다"고 선전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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