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숫자가 3년 연속 하락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어 세계 신규 석탄발전소에 두 번째로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석탄발전소 수주가 이어진 결과인데, 환경단체들은 한국이 신규 투자 계획을 취소하고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시에라클럽, 세계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글로벌에너지모니터가 28일 발표한 ‘붐 앤 버스트 2019: 국제 석탄발전소 추이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석탄발전 설비의 증가율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떨어졌다. 이처럼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한국이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의 최대 자금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세계적으로 총 31GW에 달하는 노후 석탄발전소가 문을 닫았다. 미국은 이중 절반 이상인 17.6GW 규모의 노후 발전소를 폐쇄했다. 지난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도 발전 용량 기준으로 전년 대비 39% 줄었다. 2015년에 비해선 84% 감소했다. 특히 전 세계 신규 석탄발전 설비 용량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허가가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허가 규모는 2015년 184GW에서 지난해 5GW로 급감했고, 인도도 2010년 39GW에서 지난해 3GW로 크게 감소했다. 다만 2014~2016년 중국에서 과도하게 석탄발전소 건설을 허가하면서 현재 다수의 석탄발전소가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석탄발전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자국 내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줄이는 대신 해외 신규 석탄발전소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개발 단계에 있는 석탄발전소 50% 이상이 중국의 투자를 받았다. 발전용량 기준으로 2만3,879㎿(메가와트) 규모다.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많은 자금을 조달하는 나라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자본이 투입되는 규모는 4,020㎿ 다. 국내 환경 규제 등으로 석탄발전소 건설이 어려워지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다. 한국전력과 두산중공업 등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의 투자를 받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석탄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환경단체들은 우리나라가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투자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최근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인도네시아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부지가 있는 곳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라며 “한국도 중국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에 기여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 시민단체들도 지난해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 등 한국 공적금융에 서한을 보내 석탄발전소가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다면서 투자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국제 환경 기준에 맞춰 건설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중공업 측은 최근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건설 수주 소식을 알리며 “초초임계압 화력발전은 발전 효율이 높아 연료 소비가 줄어들고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시킨다”며 ‘친환경’ 발전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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