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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YG 자회사의 ‘눈 가리고 아웅’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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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YG 자회사의 ‘눈 가리고 아웅’ 해명

입력
2019.03.28 18:36
수정
2019.03.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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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R 소속 DJ TPA가 지난 1일 발표한 곡 'SUPER ASIA'
NHR 소속 DJ TPA가 지난 1일 발표한 곡 'SUPER ASIA'

YG엔터테인먼트(YG)가 자회사 YG엑스를 통해 서울 청담동 클럽 버닝썬과 연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본보 28일자 13면)이 제기된 이후, YG엑스가 해명을 내놨습니다. YG 소속이었던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가 대표인 YG엑스는 유리홀딩스의 DJ 전문 연예기획사 NHR을 인수해 DJ 관련 여러 사업을 펼쳐왔습니다. YG의 자회사가 유리홀딩스 자회사를 인수했다는 점은 YG가 버닝썬 게이트에 연계된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합니다. NHR 소속 DJ들은 버닝썬 개업 직후부터 버닝썬에서 정기적으로 공연까지 했습니다. YG는 버닝썬 게이트가 불거진 후 승리 개인 사업이라 회사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습니다.

YG엑스는 NHR의 법인 자산만을 인수했으나, 2017년 말 적자 누적 등으로 NHR이 폐업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없어진 회사인데 버닝썬과 어떻게 관련이 있냐는 식의 주장입니다. 승리는 YG엑스의 경영 및 운영에 관련이 없고, NHR 소속 DJ 또한 YG엑스와 관련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유리홀딩스와 NHR의 연관성은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YG엑스의 해명에는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YG와 양현석 회장, 승리는 언론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줄곧 NHR과 YG엑스를 홍보해 왔습니다. 양 회장이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클럽 러브시그널(구 클럽엑스)에서도 몇 차례 등장한 바 있습니다. YG엑스가 내놓은 해명의 허점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NHR 법인은 2017년 말 폐업했는가

작곡가 겸 DJ인 TPA는 지난 1일 ‘수퍼 아시아(SUPER ASIA)’라는 곡을 발표했습니다. YG 소속 아이돌그룹 아이콘의 바비, 그리고 중국 래퍼가 참여했습니다. 멜론 등 국내 음원 사이트뿐만 아니라 해외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인 스포티파이에선 이 곡이 NHR에서 발매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TPA뿐만 아니라 NHR도 인스타그램에 각각 이 곡을 NHR이 발매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TPA는 NHR 소속 DJ입니다. NHR 법인이 지금도 멀쩡히 운영되면서 신곡을 내고 DJ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양 회장이 공개한 승리의 명함도 YG엑스의 해명을 무색하게 합니다. 그는 지난해 6월 인스타그램에 승리를 NHR 대표 CEO라고 명기한 명함을 공개했습니다. YG엑스가 NHR 폐업 시기라 밝힌 2017년 말에서 6개월쯤 지난 시기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법인이 폐업했다면 대표 CEO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YG는 지난해 7월 승리의 솔로앨범 ‘더 그레이트 승리’를 발매하며 낸 보도자료에 NHR을 EDM레이블이라고 밝혔습니다. 레이블은 음반 브랜드 법인을 뜻합니다. 2017년 말에 NHR이 폐업했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2. YG엑스는 NHR DJ와 관련은 없는가

TPA가 발표한 곡 ‘수퍼 아시아’를 다시 살펴봅시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서 이 곡에 대한 저작권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데, 이곳에선 이 곡의 기획사가 YG엑스라고 나와있습니다. NHR 소속 DJ인 TPA 또한 YG엑스 소속으로 등재돼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고스트 쉽(GHOST SHIP)’의 작곡가인 비트라파(BEATRAPPA)도 YG엑스 소속이라 표시됩니다. 그도 NHR 소속 DJ입니다. 이들 모두 SNS에 본인을 YG엑스 소속이라고 기재하고 있습니다.

NHR 홈페이지는 YG엑스와 연결돼 있습니다. NHR은 홈페이지에 “NHR은 DJ 및 프로듀서 매니지먼트와 콘텐츠 기획 및 제작, 국내ㆍ해외 투어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EDM 음악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NHR은 이 설명문 아래에 회사 문의 연락처를 적어놨습니다. 바로 YG엑스를 ID로 한 YG 메일 도메인(ygmail)입니다. YG엑스가 NHR DJ를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입니다.

가수 승리가 지난해 6월 YG엑스 앞에서 촬영한 사진. 승리 인스타그램 캡처
가수 승리가 지난해 6월 YG엑스 앞에서 촬영한 사진. 승리 인스타그램 캡처
양현석 YG 회장이 지난해 6월 가수 승리와 함께 제주도에서 촬영한 사진. 양현석 인스타그램 캡처
양현석 YG 회장이 지난해 6월 가수 승리와 함께 제주도에서 촬영한 사진. 양현석 인스타그램 캡처

3. 승리는 YG엑스 경영 및 운영에 관련이 없는가

승리는 지난해부터 줄곧 자신이 YG엑스 대표라고 말했습니다. 승리는 지난해 6월 YG엑스 사옥 앞에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YG 계열사 대표라는 해시태그를 붙였습니다. 양 회장 또한 비슷한 시기 인스타그램에 승리와 제주도에 간 사실을 알리며 그를 YG엑스 대표라고 소개했습니다. 승리는 지난해 7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YG가) 내가 설립한 DJ 레이블인 YG엑스를 인수 합병해 줘 YG 계열사 대표가 됐다”며 “YG엑스에서 직접 신인을 발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승리의 YG엑스 경영은 최소한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 YG엑스 신인 오디션 홍보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게재하면서 “저와 함께 가족이 되실 예비 스타를 기다린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한 기업신용평가전문기관은 YG엑스 지분의 15%를 승리가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기까지 했습니다. 승리가 YG엑스 대표로서 경영에 깊숙이 관여해있었다는 증거입니다.

4. YG엑스는 유리홀딩스를 몰랐는가

NHR은 2016년 10월 유리홀딩스에 의해 탄생한 회사입니다. 자금 세탁용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받고 있는 BC홀딩스(2016년 3월 설립) 이후 두 번째로 만든 곳입니다. YG엑스가 NHR을 인수한 것이 사실이라면, YG가 회사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도 없이 합병 결정을 내렸다는 뜻입니다. NHR 법인의 자산만 인수했다는 해명을 그대로 믿더라도, 왜 YG엑스가 이곳의 자산 인수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YG엑스는 당시 유리홀딩스가 비리의 온상이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당시 사업으로 승승장구를 달리고 있던 승리의 제안을 YG가 별다른 검증 없이 받아들였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NHR과 소속 DJ의 존재조차 지우려는 YG엑스의 근거 없는 해명은 많은 이들에게 ‘정말 뭔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합니다. YG의 ‘눈 가리고 아웅’식 행보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입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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