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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자의 뇌종양 투병기…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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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과학자의 뇌종양 투병기…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세요”

입력
2019.03.28 17:27
수정
2019.03.28 19: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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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의 저자 바버라 립스카가 2015년 6월 뇌종양을 앓을 당시 찍은 뇌 스캔. 흰 부분이 부종이고, 동그랗고 검은 얼룩들이 종양이다. 심심 제공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의 저자 바버라 립스카가 2015년 6월 뇌종양을 앓을 당시 찍은 뇌 스캔. 흰 부분이 부종이고, 동그랗고 검은 얼룩들이 종양이다. 심심 제공

“누가 피자를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야. 날 독살하려는 거야?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어쩐지 피자가 너무 하얗더라니. 당신, 지금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30여년 간 뇌와 정신질환을 연구하며 미국 국립정신보건원(NIMH)의 뇌 은행원장까지 역임한 바버라 립스카. 그는 1993년 조현병이 발발하는 뇌의 핵심 부위가 전두피질이라는 것을 증명한 ‘립스카 모델’(조현병의 신생아 해마 병변 모델)의 주인공이다. 안타깝게도 립스카는 자신의 뇌에서 종양들이 벌이는 악행을 피하지 못했다. 뇌종양을 앓는 중에 나타난 환각과 망각 증상 탓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그가 쓴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는 그가 병과 분투한 기록이다.

책은 정신질환이 소수에게만 발생하는 선천적 질병이라는 오해를 깨트린다. 립스카가 처음 자신의 정신 이상을 알아차린 건 2015년이었다.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수영장에서 한참을 훈련한 다음 날 자신의 오른 손이 보이지 않는 걸 발견했다. 뇌 과학자답게 문제를 직감했다. 검사 결과는 뇌종양. 흑색종이 시신경을 덮친 것이었다. 30여년 간 사람과 동물의 뇌를 만지며 누구보다 뇌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한 그의 충격은 컸다.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 과학자입니다

바버라 립스카ㆍ일레인 맥아들 지음ㆍ정지인 옮김

심심 발행ㆍ372쪽ㆍ1만6,800원

립스카가 맞닥뜨린 뇌종양의 힘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재발과 치료를 거듭하던 종양은 전두엽까지 침범해 정신은 물론이고 삶을 헤집어놨다. 애지중지하던 손주들에게 버럭 화를 내는 것은 기본이고, 몇 년 간 해충 방제를 해 준 직원을 ‘독살자’로 혼동한다. 머리카락 염색약을 온몸에 묻힌 채 동네를 달리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한다. “이렇게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런 사실조차 내 머릿속에서 자각되지 않는다. 한 시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기우뚱한 몸에 온통 핏자국 같은 걸 묻힌 채 계속 달린다.” 립스카는 이런 과정을 통해 오랜 연구에도 닿을 수 없었던 정신질환의 깊은 차원을 이해하게 된다.

립스카의 뇌종양은 다행히 완치됐다. 여정을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요즘 정신질환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환자 가족을 위로하는 일에 빠져있다. 조현병 환자의 잇단 범죄로 조현병 대한 공포가 쌓여가는 한국에도 그의 메시지는 유효하다. “정신 장애는 본질적으로 생리학적 문제다. 그런데도 정신질환자들은 종종 비난 받아 마땅한 사람, 뭔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 취급을 받는다. 암이 환자의 잘못이 아닌 것과 같이 정신질환도 환자의 잘못이 아니다. 정신질환을 대하는 가장 적절한 태도는 공감과 치료법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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