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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무기 폐기 요구에 역공? 북한 “미국, 생화학 전쟁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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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상무기 폐기 요구에 역공? 북한 “미국, 생화학 전쟁 준비”

입력
2019.03.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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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전매체, “위험천만한 범죄 행위” 비난

“대화하자며 뒤에서는 평화 분위기에 찬물”

25일 부산 남구 감만동 8부두 앞에서 '미군 세균 무기 실험실 철거 남구주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주피터 프로그램 철폐'를 주장하며 출근하는 미군 차량을 가로막으려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25일 부산 남구 감만동 8부두 앞에서 '미군 세균 무기 실험실 철거 남구주민대책위' 관계자들이 '주피터 프로그램 철폐'를 주장하며 출근하는 미군 차량을 가로막으려 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북한이 주한미군의 ‘생화학 실험’ 의혹을 제기하며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해치는 쪽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비핵화 범위를 대량살상무기(WMD) 제거까지 넓히며 공세를 펴는 미국에 역공을 가해 보려는 심산으로 짐작된다.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8일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위험한 군사적 움직임’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군의 생화학 대응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주피터 프로그램’에 대한 남측의 비난 여론이 거세다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조선 민족을 대상으로 생화학 전쟁을 감행하려는 위험천만한 범죄 행위”라고 해당 프로그램을 비난했다.

매체는 “올해에 들어와서도 우리 공화국은 강한 인내심과 아량을 가지고 이 땅에 도래한 평화의 분위기를 적극 살리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한 뒤 “하지만 미국은 앞에서는 대화니, 평화니 하며 감람나무(올리브나무) 가지를 흔들고 그 뒤에서는 조선반도의 평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 국방부 ‘2019 회계연도 생화학 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에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이 프로그램 내용으로 명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재연되고 있지만, 미군이 부산항 8부두에서 생화학 대처 능력을 기르기 위한 주피터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건 2016년부터다.

때문에 새삼 북한이 미군의 생화학 대응 실험을 문제 삼고 나선 게 지난달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미측이 북한에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핵 무기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까지 포함한 WMD를 지목한 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자기 잘못이 더 큰데도 남을 나무란다며 적반하장이라고 상대방을 매도하는 건 북한이 즐겨 사용하는 반격 방식이다. 통상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할 때 “미국 인권 상황이 더 열악하다”는 식 반응을 북한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매체는 축소된 한미 연합 군사연습까지 도마에 올렸다. 대규모 한미 연합 훈련 키리졸브와 독수리의 후신인 ‘동맹’을 거론하면서 “평화의 분위기를 가로막고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 정세를 긴장시키려는 의도적인 것”이라고도 질책하고 미국의 ‘군사적 책동’에 맞서 온 겨레가 적극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나 요구는 여전히 자제하려는 기색이다.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 등 공식 매체 대신 선전 매체를 동원하는 것도 협상 판이 깨지지 않도록 대미 비난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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