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ㆍ세금탈루ㆍ투기 등 7대 배제기준 위반 논란 수두룩
코드인사 좁은 인재풀 탓… 흠결 나와도 대부분 그대로 임명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사흘 간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잣대가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는 현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동안 숱하게 제기된 청와대의 부실한 검증 체계가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또다시 부각되는 형국이다. 이번 국회 검증대에 선 장관 후보자들은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등 단골 의혹 앞에 “국민 눈높이에 안 맞아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청문회 전부터 한결같이 “사전 체크했다”던 청와대 측 호언이 국민 대의기관을 거치면서 무색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청와대의 모호한 임명 배제 ‘7대 기준’부터 부실검증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부실한 검증을 통해 코드인사로 발탁된 인물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일반 정서와 거리가 먼 흠결이 도마에 오르지만 대부분 그대로 임명된다. 지적된 문제들을 ‘뭉개면서’ 장관직을 수행하게 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번에도 기본적인 도덕성 검증부터 부실 논란에 휘말렸다. 2006년 자녀 교육문제로 3차례 위장전입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위장전입은 후보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기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가 2017년 11월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검증 기준’으로 병역 기피ㆍ세금 탈루ㆍ불법적 재산증식ㆍ위장전입ㆍ연구 부정행위ㆍ음주운전ㆍ성범죄를 발표하면서 낸 잣대였다.
세금 탈루 의혹은 단골 메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는 증여세ㆍ소득세 등 6,500만원을 내지 않다가 청문회 하루 전 납부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는 종합소득세 2,400만원을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하루전에 냈다. 연구 부정행위 의심 대목도 빠지지 않았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4,800만원의 국가연구비로 해외출장을 가서 유학중인 아들을 7차례 만났다. 혈세가 엉뚱한 동기로 집행된 연구비 부정사용 의혹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야말로 줄을 이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도 국토부 차관 시절인 2016년 세종시 펜트하우스 분양권을 가졌다. 3채를 합쳐 시세차익이 적어도 23억원에 달했다는 평가다. 청문회에서 “실거주 목적”이라 거듭 해명했지만 의혹을 해소하진 못했다. 무엇보다 “살지 않는 집은 팔라”는 정부 기조에 역행하는 처신이다. 논란을 예상해 후보자가 지명 직전 분당 아파트 1채를 딸 부부에게 증여하고 월세를 내면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최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며 20여 차례 사과했다.
전문가들은 임명권자의 획기적인 검증체계 개편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후보자들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이유는 청와대의 검증체계 부실과 문제점을 알고도 관행상 밀어붙일 수 있는 제도적 환경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좁은 인재풀에 기댄 ‘코드인사’가 가능해진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집권 3년 차에도 인사ㆍ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 안 되면 심각한 문제”라며 “1차적 원인은 편협한 인재풀이다. 의식적인 인재풀 확대를 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청와대 검증 7대 기준에서 임명배제 수준의 내용을 정교하게 손질해야 정쟁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검증 내역을 국민의 대표기관에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거론됐다. 이현철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무얼 검증했는지 알 길이 없는 것도 논란을 초래하는 요인”이라며 “구체화된 검증 리스트를 청문 요청시 함께 국회로 넘겨 무분별한 공세는 걸러지게 하고 정책 능력을 깊이 따질 수 있게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장관후보자들의 임명을 강행하면 현 정부에 실망감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검증 잣대를 추가하면 인재 확보에 걸림돌이 돼 조화가 필요하다. 구체적 대목의 사전검증 강화와 철저한 적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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