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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정 위기 그림자

입력
2019.03.28 18:00
수정
2019.08.01 16: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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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예산 지침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총지출)은 5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활력과 소득 재분배를 위한 재정 확장 기조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 470조원에 정부가 재정 운용계획에서 2018~2022년 중 평균 지출증가율로 설정한 7.3%를 적용하면 내년엔 504조원 이상이 되는 것이다. 정부 예산은 2017년 400조5,000억원으로 40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이 500조원 이상으로 확정되면 현 정부 출범 후 3년 만에 100조원이 또다시 증가하는 셈이 된다.

□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을 감안해도 연간 예산 500조원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팽창된 규모다. 100조원을 처음 넘어선 게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이었다. 이후 200조원 돌파가 2005년, 300조원 돌파가 2011년, 400조원 돌파가 2017년 등이다. 내년에 500조원을 돌파하면 19년 만에 다섯 배가 된다. 반면 국내총생산 규모는 2010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001년 80.2에서 2018년 111.6으로 늘어났다. GDP 규모가 약 39% 늘어나는 동안 정부 지출 규모는 500% 급증하는 것이다.

□ 특히 그 이전까지 3~5% 정도의 증가율을 나타냈던 예산증가율은 현 정부 출범 후인 2018년 7.1%, 2019년 9.5%로 껑충 뛰어 재정확대책이 본격 가동됐음이 확인된다. 재정 팽창은 그만큼 세금을 많이 거둬 쓴다는 얘기다. 허투루 쓰이는 건 아니다. 기초생활비 등 저소득층 지원이나 일자리 예산 같은 건 소득재분배 지출로 쓰는 거니 낭비라 할 것까진 없다. 문제는 이런저런 명분으로 재정을 늘려 절제 없이 쓰는 악습의 관행화다.

□ 재정을 포퓰리즘 정치의 수단으로 쓴 결과는 이미 베네수엘라나 그리스 같은 나라에서 명확하게 나타났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거덜날 지경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0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건전재정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허리띠 풀고 쓸라 치면 금방 비어버리는 게 곳간이다. 경제가 저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정부 지출의 절제가 시급하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24세 청년들에게 무조건 연간 100만원씩 나눠주는 이재명표 ‘기본소득 실험’을 4월부터 시행한단다. 답답한 일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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