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전기(傳記)는 역사 속 천재의 천재성에 초점을 맞춘다. 어느 날 신의 축복으로 특출한 재능을 타고난 천재가 시대의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역사적 과업을 달성한다는 게 전기의 상투적 줄거리다. 역사상 가장 천재적인 작가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도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 그가 남긴 걸작으로 평가 받을 뿐, 그가 ‘어떻게 그렇게 창조적이었는’가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별로 없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쓴 유명 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이 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르다. 그는 다빈치의 인간적인 면모, 남다른 능력이 어떻게 창조적으로 발현됐는지에 주목했다. 그가 다빈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빈치의 걸작이 아니라 7,200쪽에 달하는 노트였다. 풍경, 인물, 비행 기기, 천사, 뼈와 근육 등을 스케치하거나 세밀하게 그린 노트는 다빈치의 샘솟는 아이디어와 남다른 호기심을 증거한다. 특히 ‘해야 할 일’ 목록에는 ‘거위의 발 관찰하기’ ‘딱따구리의 혀를 묘사하기’ ‘매주 토요일, 남자의 나체를 볼 수 있는 목욕탕 가기’ 등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들이 빼곡히 나열돼 있다.
물론 그런 행동을 한다고 누구나 ‘모나리자’를 그릴 순 없다. 아이작슨은 책 서문에서 “레오나르도에게서 경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자세가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을 확실히 배웠다”고 말한다. 올해는 다빈치 타계 500주기다. 책을 통해 21세기에도 여전히 혁신적인 인물로 꼽히는 다빈치의 새로운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월터 아이작슨 지음ㆍ신봉아 옮김
아르테(arte) 발행ㆍ720쪽ㆍ5만5,000원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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