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고려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기다린다” 신중한 입장
다음 달 1일 시작키로 남북이 합의한 비무장지대(DMZ) 내 남북 공동유해발굴에 북한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 국방부가 난감한 모양새다. 북측 불참을 가정하고 단독 발굴 착수, 발굴 시점 연기 등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되, 참여 의사를 전격 통보할 가능성도 마지막 순간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은 지난 6일 공동유해발굴에 참여할 남측 인원 구성이 완료됐다고 통보했으나 북측은 인원 구성은 물론 참가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을 않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 ‘9ㆍ19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DMZ 내 유해발굴에 합의하면서 강원 철원군 소재 화살머리고지를 시범지역으로 정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세부시행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측 불참에 대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남한 단독 발굴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우리가 먼저 발굴을 시작하면서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인 뒤, 상황이나 조건을 보며 북한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쪽만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건 ‘공동발굴’이란 의의를 오히려 퇴색시킬 수 있고, 북측이 도중에 참여할 만한 적당한 계기를 찾지 못하면 오히려 발굴 시점을 미루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DMZ 내 남측 인력 투입을 위해선 신변안전보장 등에서 북측의 협조를 받아야 해 독자적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질적인 발굴 작업은 뒤로 미루고, 행사만 치르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합의를 이행했다는 상징성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북미 하노이 담판 결렬 후 대내외 전략을 정비 중인 북한 상황을 배려하면서도, 남북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북한의 태도가 대북 불신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4ㆍ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앞두고 있어 남북 간 합의 이행 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성도 있다. 군 관계자는 “개토식을 생략하고, 대면식으로 유해발굴을 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해에도 대북 제재로 인한 물자 반입 제한 등의 이유로 공사에 착수하지 않는 철도ㆍ도로 착공식을 진행했다.
다만 북한이 전격 화답해올 수도 있는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일요일(31일)에 답이 와도 공동발굴을 진행할 수 있다. 일단 북한 입장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올 들어 군사 합의 이행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남북 군사공동위원회 구성,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 등 주요 합의 사항에 대한 논의가 답보 상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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