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강서구 발산1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한 박창진(가운데) 직원연대 지부장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양호 회장의 연임 저지에 성공한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음에도 대한항공은 “사내이사 직 상실은 맞지만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항공 직원연대 측은 “뒷방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라며 즉각 반발했다.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경영권 박탈을 부정하는 회사 측 입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박 지부장은 땅콩 회항 사건을 폭로해 조 회장 일가의 일탈행위 고발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사건 당시 사무장이었지만 회사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강등돼 일반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총 직후 나온 회사 측 입장은 조 회장이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계속 경영을 할 수 있고, 대한항공 지분을 29.96% 보유한 한진그룹 지주회사(한진칼) 대표이사로서도 대한항공 경영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지부장은 “땅콩 회항 때도 조현아(조양호 회장의 딸ㆍ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씨가 명목상 물러났지만 그녀를 그 자리에 있게 했던 보위자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똑같은 행태를 보였다. 그 행태의 일환이 저에게 가해졌던 사내 2차 가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사 발표를 보면 그런 행태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라면서 “뒷방에서 누군가를 조종해 본인의 사익을 추구하려는 행동을 멈추시길 바란다. 계속해서 저희가 견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영권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에 좋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박 지부장은 “무책임한 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거대한 주식회사가 한 사람의 독단으로 결정권이 이뤄진다는 것은 경제민주화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도 했다.

박 지부장은 회사 측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 표를 던지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을 가진 직원들을 압박했던 사례들도 소개했다. 조 회장 연임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국회 간담회 때는 회사 관계자가 직접 와서 감시했고,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의 명단을 특정 사이트에 게시했으며, 그 명단을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공유해 조합원들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행위들을 했다는 것이다. 박 지부장은 “제가 일을 안 하고 놀고먹는다는 식의 루머를 얘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박 지부장은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것이지만 두렵지 않다”면서 “대한항공이 바른 방향으로 잘 날아오르는 데 (국민들이)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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