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상 문제 때문에 건물주에게 둔기를 휘둘러 ‘서촌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을 촉발시켰던 궁중족발집 사장이 항소심에서도 살인미수죄는 면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배준현)는 28일 살인미수ㆍ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본가궁중족발 사장 김모(55)씨 항소심에서 1심보다 6월이 줄어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2009년 5월부터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263만원이란 조건으로 서촌에 세를 얻어 족발집을 운영했다. 2015년 5월부터는 한차례 인상된 임대료를 297만원을 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건물을 사들인 새 건물주 이모(61)씨가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1,200만원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일었다. 김씨가 지나치게 올렸다며 이를 거부하자 이씨는 명도소송을 내 승소한 데 이어 2017년 10월부터 10여 차례 넘게 강제집행을 시도하다 지난해 6월 4일 기어코 강제집행을 관철시켰다. 사흘 뒤 김씨는 이씨를 찾아가 자동차로 위협하고 망치를 꺼내 휘둘렀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외지인이 임대료를 폭등시키는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이 크게 일었고, 이 논란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에 옮겨 붙어 지난해 9월 임차인의 임대계약 갱신청구권 기한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김씨에 대한 재판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고 1심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김씨에게 적용된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 의견을 냈고, 1심은 이에 따라 징역 2년6월만 선고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의 쟁점도 김씨가 자동차로 돌진하고 망치를 휘둘렀을 때 ‘살인의 범의(犯意)’, 곧 ‘상대를 죽이려는 의도가 있거나 혹은 상대가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알고 있었느냐’였다. 재판부는 범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 차량이 돌진할 때 속도가 시속 22㎞ 정도에 불과했고, 이씨 머리에 난 상처가 망치로 때려서 발생한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특수상해 등 나머지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고, 차량 돌진 당시 또 다른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감안해 1심보다 형량을 깎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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