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골목
“(tvN) 드라마 도깨비하고 무법 변호사 촬영지라고 해서 친구랑 함께 보러 왔는데, 영화 극한직업 속 수원왕갈비통닭 가게가 여기 있는지는 몰랐어요.”
최근 인천 동구 창영동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만난 우채연(22)씨는 영화 극한직업에 등장하는 수원왕갈비통닭 가게가 실제로는 골목 입구에 있는 한 팬시점이라는 얘기를 듣고 이같이 말했다.
팬시점 옆 스포츠용품점 직원 유영임(65)씨는 “영화가 흥행해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오고 있는데, 영화 속 수원왕갈비통닭 가게가 어디인지를 찾지 못해 직접 알려준 적도 있다”라며 “작년 5, 6월에 촬영을 했는데, 배우들이랑 대화도 나누고 즐거운 기억이었다”라고 말했다.
누적 관객 수 1,625만2,590명으로 역대 2위(1위 명량 1,761만5,437명), 극장 매출액 1,395억6,603만원으로 역대 1위(2위 명량 1,357억5,602만원)에 오른 영화 극한직업 주 무대는 수원왕갈비통닭 가게다.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형사들이 위장 창업한 통닭 가게가 대박이 났다는 영화 설정만큼이나 자주 등장했다.
영화 속에선 누가 봐도 통닭 가게였지만 사실은 팬시점을 임대해 리모델링한 뒤 촬영을 했다. 극한직업 제작진은 전국을 돌며 찾아 헤맨 끝에 이 팬시점을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승의 날 등 기념일에 주로 영업을 하는 곳이라 섭외가 비교적 쉬웠다고 한다.
통닭 가게는 지난해 6월 영화 촬영이 끝난 뒤 세트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다시 팬시점으로 돌아왔다. 통닭 가게 간판을 떼고 기존 팬시점 간판도 다시 달았다. 이 때문에 이곳이 촬영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주변 상인들은 말했다. 영화를 보고 찾아왔다가 팬시점 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팬시점 간판 위에 ‘수원왕갈비통닭’이라고 적힌 흰색 현수막을 달기도 했었지만 영화 속 모습과는 달라 기대를 하고 왔던 팬들이 실망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배다리 헌책방 골목은 극한직업 흥행 이전부터 영화나 드라마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공유와 김고은 주연 드라마 도깨비가 배다리 골목과 헌책방인 한미서점에서 촬영됐다. 임수정 주연 영화 시간이탈자와 조정석 주연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 조인성 주연 영화 더킹, 강동원 주연 영화 인랑, 이승기 주연 드라마 화유기도 이 일대에서 찍었다. 마동석 주연 영화 성난 황소는 헌책방 골목 인근 대안미술공간 스페이스 빔에서 촬영했다. 개봉 예정인 이병헌 주연 남산의 부장들과 이성민 주연 영화 비스트(가제)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 건너편에 있는 배다리 회관에서 찍었다.
촬영을 지원하는 인천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영화ㆍ드라마 제작진들이 배다리를 촬영지로 택한 이유로 너무 낡지도 세련되지도 않은, 평범하지만 정감이 가는 특유의 분위기를 꼽고 있다”라며 “비교적 넓은 도로 등 촬영에 적합한 공간 구조도 배다리가 촬영지로 각광 받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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