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1운동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맞아 애국선열 역사기행
지난 17일 오전 10시 10분 천안역 천안시티투어 버스승강장.
충남 천안시 시티투어 ‘나라사랑코스’여행에 나선 승객 30여명을 태운 버스가 첫 탐방지인 유관순 열사 생가를 향해 출발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간단한 여행 소개를 마친 해설사 최미숙씨는 “삼월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유관순 노래를 나지막이 불렀다.
노래를 마친 최씨는 승객들에게 “여러분 이 노래 모두 아시죠?” 라며 유관순 열사의 일대기와 그의 나라사랑 정신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나라사랑 코스’는 천안시가 올해 3ㆍ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역 독립운동가를 알리고 그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신설했다. 기존 정규 시티투어에 한시적으로 추가한 이 코스는 이달부터 11월까지 매주 일요일 운영한다.
노선은 천안터미널과 천안역을 출발해 유관순열사 생가, 유관순열사사적지, 아우내만세운동 기념공원을 돌아보며 현장에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이어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초대의장을 지낸 이동녕선생기념관과 독립기념관을 탐방한다.
△유관순열사 생가
버스는 20분만에 병천읍 용두리 유관순열사 생가에 도착했다. 부모와 함께 나선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80대 고교동창모임, 60대 친목모임 회원들은 생가로 향했다.
매봉산 자락의 아담한 초가는 1902년 열사가 태어난 곳이다. 사립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서자 ㄱ자 모양의 집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건넌방에는 아우내만세운동 당시 열사와 사촌언니, 남동생 둘과 함께 태극기를 제작하는 광경이, 안방에는 부모와 숙부, 마을유지가 만세운동을 논의하는 모습의 인형을 전시했다.
생가는 일제가 만세운동을 주도한 열사를 옥에 가두고 부모를 살해한 뒤 “독립운동의 씨를 말리겠다”며 불태웠다. 이후 유족과 마을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새로 지었으며 천안시가 재차 정비해 역사교실로 활용하고 있다.
△유관순열사사적지
생가 관람을 마친 승객을 태운 버스는 5분 거리의 유관순열사적지로 향했다. 버스가 주차장을 나와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도로 좌우에 묘지 3기가 눈에 들어왔다.
묘지의 주인은 아버지 유증권과 어머니 이소제 여사, 작은 아버지다. 아우내 장터에서 일제에 총격으로 사망한 뒤 마을사람들이 이곳에 안장했다. 차창 밖을 내다보던 승객들은 “산소가 너무 초라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사적 제230호 유관순열사사적은 1972년에 사당을 세우고 열사의 영정을 모셨다. 기념관과 생가, 봉화대, 추모각, 초혼묘, 열사의 거리로 구성됐다. 봉화대는 매년 3월 마지막 날 봉화를 올려 그 날을 기념하고 있다.
탐방객들은 관람에 앞서 추모각 초입 열사의 동상 앞에서 태극기를 손에 쥐고 만세삼창을 하며 그날의 벅찬 감동을 되새겼다.
유관순열사기념관에 들어서면 열사의 옥중 사진과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주요인물들의 명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수형기록표와 호적등본, 재판기록문 등 관련 전시물과 함께 아우내독립만세운동을 재현한 디오라마, 재판과정 매직비젼, 애국지사들이 고문 받았던 서대문형무소 벽관, 열사의 애니메이션, 영상자료를 차례로 볼 수 있다.
탐방객들은 열사의 영정을 봉안한 추모각과 열사와 함께 만세운동에 참여했다가 순국한 47위를 모신 순국자 추모각에서 차례로 분향하고 묵념을 올렸다.
성남에서 아빠와 함께 탐방에 참여한 박준우(12)군은 “역사를 새로 배우는 기분”이라며 “책으로 배우던 유관순열사의 독립운동정신이 얼마나 숭고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우내독립만세운동기념공원
사적지와 10분거리의 아우내독립만세운동기념공원은 옛 아우내 장터가 있던 곳이다.
1919년 4월1일 3,000여명의 군중은 이곳에서 목이 터져라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다 현장에서 19명이 일제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또한 부상과 투옥, 고문후유증 등으로 29명이 숨지는 등 슬픈 역사를 가득 품은 현장이다.
천안시는 2009년 이곳에 기념공원을 조성해 애국선열의 나라사랑 정신계승과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당시 헌병 주재소 터와 시위 군중이 순국한 장소도 보존했다.
오전 내내 유적지를 둘러보느라 허기에 지친 탐방객들은 공원 앞 도로 좌우의 순대국밥집으로 향했다.
병천 아우내장터 주변에는 순대국밥집 40여곳이 성업 중이다. 이곳에는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 최대규모의 ‘순대거리’가 형성됐다. 작은 창자를 사용해 누린내가 적고, 배추, 양파, 당면 등을 잘 버무려 담백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석오 이동녕기념관
순댓국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탐방객들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 임시의정원 초대의장을 지낸 ‘석오 이동녕기념관’으로 출발했다.
이동녕 선생은 임시정부 세 번째 주석이자 국무총리·대통령 직무대리를 거쳤다. 임시정부의 큰 어른으로 해외독립운동을 이끌었지만 해방 전 1940년 영면해 공적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최후의 1인까지 존경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바로 석오이다. 이동녕은 나를 밀어주었고 공적을 뒤로하고 인화단결에 앞장선 큰 인물이다”라며 그를 기렸다.
기념관에는 선생이 생애와 교육자, 언론인, 개화인권가로 살아온 일대기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전시해 후세가 잘 알지 못했던 애국정신을 되새겨주고 있다.
기념관 주변에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72호인 아담한 생가지가 휘호석과 함께 자리잡고 있다. 생가뒤편 100여 그루의 나무에는 왜가리 수백 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다.
65년 지기 고교동창 6명과 함께 온 김태환(84ㆍ안양시)씨는 “몇몇 독립운동가의 이름에 가려진 보석 같은 애국자들을 발견한 느낌”이라며 “알기 쉬고 관람하기 편하게 꾸민 기념관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독립기념관
버스가 시티투어 마지막 코스인 독립기념관에 들어서자 경내에는 휴일을 맞아 방문한 수천명의 관람객으로 붐볐다. 탐방객들은 가장 먼저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을 찾았다.
전시공원은 19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일제식민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 회복을 위해 철거한 조선총독부 철거부재를 모아 만들었다. 독립기념관으로 부재를 옮긴 2년 뒤 1997년 공원을 조성,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처음 찾는 이들은 그리스 로마 유적지에 온듯한 착각을 한다. 고풍스러운 대형석재로 원형경기장처럼 꾸며졌다. 그러나 대형석재에는 일제를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 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독립기념관은 공원을 조성하면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총독부건물에서 가장 높았던 첨탑을 지하 5m 깊이에 반 매장해 최대한 홀대하는 방식으로 배치했다. 장소도 겨레의 집 서쪽, 즉 해가 지는 위치에 자리를 내어 일제몰락과 식민잔재 극복, 청산의 의미를 담았다.
전시공원을 둘러본 탐방객들은 겨레의 집 앞에서 흩어져 각자 원하는 관람장소를 찾아 나섰다.
일부는 민족의 비상을 표현하고 있는 겨레의 탑을 찾아 갔다. 대지를 박차고 날아 오르는 새 모양의 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수백개의 대형 태극기가 나부끼는 ‘태극기 마당’은 탐방객의 포토존이 되었다. 겨레의 집에 들어선 이들은 건물의 드높은 높이와 벽면의 부조와 중앙의 석조상을 돌아보며 감탄했다.
오후 5시 투어일정이 끝난 버스가 천안역에 도착하자 탐방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역 주변 호두과자점에 들러 호두과자 한 봉지씩 구입했다.
△시티투어 이용방법
천안시티투어는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매주 4회 1일 1개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정규코스 4개, 테마코스 7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용요금은 성인기준 4,000원이다.
예약은 천안시 홈페이지(www.cheonan.go.kr)로 하면 된다.
천안=글ㆍ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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