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의 디자인과 최신 파워트레인을 품은 XF는 수입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충분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차량이다.
재규어랜드로버에게 떼놓을 수 없을 것 같은 만성적인 ‘잔고장’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는 있으나 워낙 매력적인 디자인과 ‘브리티시 프리미엄’의 가치를 담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디젤의 가치’ 재고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스쳐 보냈다.
게다가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꾸준한 비전 제시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니 그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자동차 마니아, XF를 만나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마니아이자 이수에서 이자카야 ‘남오토코’의 오너, ‘조의렴’이 재규어 XF의 시승에 나섰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그의 자동차 마니아의 이야기를 들었다. 조의렴은 마쯔다 MX-5를 시작해 350Z는 물론이고 G35 등과 같이 VQ 엔진을 품은 다양한 스포츠 성향의 차량을 보유했고, 지금은 독특한 무광의 하늘색을 뽐내는 인피니티 G37 S 쿠페와 모터사이클과의 다양한 투어를 즐기는 ‘자동차 마니아’다. 참고로 그는 단순히 달리는 것 외에도 수 시간을 들이는 자동차 디테일링과 캠핑 또한 즐긴다고.
과연 자동차 마니아이자 또 하나의 사업가인 그는 재규어 XF를 어떻게 평가할까?
*아래는 녹취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미래적이지만 더욱 클래식한 존재
재규어 XF를 보는 순간 처음에는 ‘미래적인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 무척이나 고풍스러운 존재라 생각이 되었다.
과거의 재규어와 비교했을 때 프론트 그릴이나 헤드라이트, 그리고 일부 디자인 요소들은 분명 변화되었고, 또 달라진 건 사실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고풍적인 재규어의 매력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으로, 특히 온라인으로만 재규어 XF를 보기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실제로 본 XF는 미래적인 느낌도 느낌이지만, 분명 고풍스러운 매력이 상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다른 이들도, 실제로 재규어를 본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유려한 곡선이 곳곳에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많은 사람들이 날카로운 헤드라이트 등에 주목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A 필러부터 루프, 그리고 C 필러로 이어지는 그 곡선이 재규어 XF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 때문에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최근의 프리미엄 중형 세단들이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다들 비슷한 느낌인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재규어는 고유한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들 미래만을 외치고 있는데, 재규어는 미래와 함께 과거의 재규어 또한 함께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 그 만족감이 상당한 것 같다.
고급스러운 요트에 오르는 기분
처음 재규어 XF의 실내 공간을 보았을 땐 ‘왜 이렇게 복잡하게 구성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대시보드 앞쪽은 ‘청소하기 힘들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패널의 수나 구성이 상당히 입체적이었다.
그런데 랩어라운드 디자인의 핵심이자 그 기반인 ‘고급스러운 요트의 공간’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양 도어트림에서 시작되어 대시보드 앞쪽을 빙 두르는 그 구성과 적절한 우드 트림의 적용 등이 바로 ‘고급스러운 요트’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30대 중반 시절, 요트를 타고 한반도의 서해, 남해 그리고 동해를 둘러보고 오고 싶었다. 그래서 실제로 세일링에 관심을 갖고, 또 배우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막상 그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번에 약간의 위안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엔진 스타트와 함께 에어밴트가 개방되고, 기어 다이얼이 튀어 오르고, 요트에서 쓰일 법한 컬러의 시트와 우드 트림이 가득한 공간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낮고 유려한 실루엣이지만 실내 공간은 충분히 넓기 때문에 운전자는 물론이고 탑승자가 충분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 타고 있는 G37 S 쿠페의 시트가 상당히 좁고 견고한 편인데, XF의 시트는 한층 여유롭고 또 편안해서 처음에는 살짝 적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여유와 고급스러운 주행을 느끼기엔 XF의 시트가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열 공간도 만족스럽다. 사실 워낙 매끄럽게 다듬어진 루프 라인 때문에 2열 공간이 좁을까 걱정도 있었는데 시트의 착좌감도 우수하고, 소재의 만족감도 충분했다. 여기에 헤드룸도 평균적인 체형의 남성들에게는 충분히 여유로운 편이라 운전석은 물론이고 2열 탑승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드럽게, 그러나 역동적으로 달리다
재규어 XF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바로 달리기 실력이다.
사실 재규어는 스스로가 스포츠카 브랜드를 자처하는 브랜드고, 또 일전에 보았던 F-타입이 정말 매력적이고, 달릴 때의 그 사운드가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프리미엄 세단인 XF에서도 그러한 느낌이나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승 차량은 180마력과 43.9kg.m의 토크를 내는 2.0L 디젤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 그리고 AWD를 조합했기 때문에 ‘역동성’ 부분에서는 다소 타협된 차량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재규어의 고유한 매력이나 스타일 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180마력과 43.9kg.m의 토크는 사실 그리 인상적인 건 아니다. 평소 타는 차가 G37 S 쿠페이기 때문에 펀치력에 대해서 그리 감동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4기통, 그리고 2.0L 디젤 엔진에도 불구하고 발진부터 고속 영역까지 꾸준히, 지치는 기색 없이 밀고 나가는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엔진의 질감도 상당히 매끄러운 편이며, 디젤 엔진 특유의 거친 사운드보다는 제법 깔끔하게 다듬어진 사운드, 그리고 RPM을 높일 때에 실내로 유입되는 사운드가 상당히 볼륨감이 있어 묵직한 느낌이라 그대로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도 무척이나 매끄러웠다. 기본적으로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변속 타이밍을 다르게 가져가는데 모드에 따라 최적화된 변속으로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패들 시프트가 조금 작긴 하지만 수동 변속의 재미도 충분히 살리는 모습이었다.
차량의 움직임은 확실히 여유롭다. 퍼포먼스에 집중한 쿠페와 세단의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에 대한 느낌은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조향에 따른 차량의 반응이나 움직임은 한 템포 여유롭다. 그래도 여느 일반적인 세단들에 비하면 확실히 날카롭고 선이 살아 있는 느낌이라 ‘재규어 방식의 스포츠 드라이빙’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사실 다이내믹 모드에서의 조향이나 서스펜션의 반응은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무르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차량이 허둥거리는 모습’은 결코 없다. 컴포트 모드는 물론이고 다이내믹 모드에서도 조금은 여유롭지만, 충분히 프리미엄의 무게감과 동시에 운전자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처음의 ‘부드러움’만 어느 정도 적응되고 나니 재규어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진득하다’라고 느껴졌다. 기민하진 않지만 노면에 대한 그립을 잃지 않고, 승차감과 함께 역동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 그 느낌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브레이크 시의 밸런스나 급제동을 연이어 이어가더라도 제동력이 흐트러짐 없는 부분도 매력적이었다.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제동력이 뒷받침 된다면 ‘만약의 상황’에서 재규어 XF를 과감히 몰아세우더라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원하는 만큼 달리고, 또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금 이른 만남
재규어 XF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인상적인 차량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아직은 이른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조금 더 과격하고 또 더 극적인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입장이라 재규어라고 한다면 F-타입이나 XF의 고성능 모델 쪽을 살펴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차량을 타면서 ‘아버지께 권해 드리고 싶은 차량’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버지 역시 동급에서는 상당히 스포티한 성향의 세단을 타고 계시는데, 이제는 이렇게 고급스러움을 품은 ‘끈적한 느낌의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과 함께 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이번 시승은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을 만나는 기회였다.
특히 그 동안 알지 못헀던, 재규어의 매력을 조금 더 가까이, 그리고 더 명확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XF라는 존재는 지금의 내게는 조금 이를지 몰라도, 조금 더 나이가 든 후 후대의 XF를 바라보게 된다면 아마도 더 기분 좋게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취재협조: 조의렴
정리: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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