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됐다. ‘갑질’을 비롯한 온갖 불법 의혹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두 딸의 뒤를 따라 아버지인 조양호는 ‘주주들에게 쫓겨난 국내 최초의 오너 총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진 일가의 ‘비극’은 2014년 장녀 조현아(45)가 ‘땅콩 회항’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으며 시작됐다. 12월 5일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086편을 ‘견과류(마카다미아)를 접시에 담아서 제공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지연시켰다. 이에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항로변경죄에 대해 무죄가 선고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조현아는 대한항공의 모든 직책에서 해임됐으며 부사장 직급 역시 잃었다.
조 전 부사장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지난해 다시 조사를 받게 됐다. 어머니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함께 다음 달 9일 첫 재판을 받는다.
큰딸 조현아가 시작을 끊었다면 작은딸 조현민(에밀리 리 조ㆍ36)은 갑질 논란을 한진 일가 전체의 문제로 확대했다. 지난해 4월 광고 기획사 직원에게 병을 던지고 물을 뿌렸다는 ‘물컵 갑질’이 폭로되며 언니의 명성을 이었다. 재계의 갑질이 한창 논란이 된 시기였던 지라 곧이어 어머니 이명희의 갑질ㆍ폭언ㆍ폭행까지 세상에 드러났다. 외국 국적자인 조씨가 국적항공사인 진에어의 등기이사를 맡았다는 과거 사실까지 밝혀지며 조현민 역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총수 일가의 유일한 아들인 조원태(43) 대한항공 사장만이 경영진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 사장 역시 어머니와 남매들과 함께 밀수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 수사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부정편입학을 이유로 조 사장의 학위 취소를 명령했지만 조 사장의 모교이자 한진그룹이 운영하는 인하대학교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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