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에 대한 의혹에서 시작된 KT 채용비리 수사가 이석채 전 KT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오른팔로 부정채용 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이 27일 구속되면서 이 회장을 향한 검찰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KT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서 전 사장 구속 직후 “이석채 회장도 곧 소환할 예정"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 전 사장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T 외부 인사 출신인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을 포함, 공공연하게 채용 청탁을 받아들였으며 이런 청탁을 서 전 사장을 통해 내려 보냈다고 보고 있다. 서 전 사장은 김 의원 딸에 대한 부정 채용 의혹이 있을 당시인 2012년 하반기 공개 채용 때 인재경영실장이었던 김모(63) 전 전무에게 김 의원 딸을 채용하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전무는 실무진에게 김 의원 딸의 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이미 구속됐고, 서 전 사장마저 구속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다음 순서는 이 전 회장이 된다.
검찰은 이제까지 수사상황으로 볼 때 2012년 당시 김 의원 딸을 포함해 모두 9건의 부정 채용 사례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 공개 채용 당시 5건, 같은 해 홈고객부문에서 별도로 진행한 4건이다. 서 전 사장은 이 가운데 공개 채용 때는 2건, 홈고객부문 채용 때는 4건 모두에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부정채용 의혹을 받는 이들은 김 의원 딸 외에도 전직 의원 A씨의 친인척, 고위공직자 출신 B씨의 자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공기업 사장도 지인의 자녀 채용 청탁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다.
KT 안팎에서는 이 전 회장이 이명박 정권에서 국민경제자문회 위원을 지냈던 점 등을 들어 당시 정권 실세들의 채용 청탁 통로였으리라는 추측이 나온다. 조태욱 KT 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은 “이명박 정권 출범 당시부터 쌓여왔던 인사 청탁용 이력서들을 정권 말로 접어들던 2012년에 해소하기 가장 적합한 기업이 KT였고, KT는 계열사를 56개까지 늘려가며 상층에는 낙하산, 하층엔 부정채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KT노조는 “이명박 정권 당시 대구경북(TK)의 인사채용 비리가 극도로 심각했다”며 이 전 회장 시기 KT 인사채용 과정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이 전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 어떤 유력 인사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청탁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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