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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정점” 맹공 당한 ‘청문회 저격수’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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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정점” 맹공 당한 ‘청문회 저격수’ 박영선

입력
2019.03.27 20:5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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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당은 자진사퇴 요구하며 청문회 보이콧 

 한국당, 과거 영상 틀며 “하루 푸닥거리냐” “아들은 호화 외국인 학교” 비판 

 유방암 기록 요구 두고도 난타전… 여당 “망신주기” 박영선 “성희롱” 박박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간 거침없는 입담에 ‘청문회 저격수’로 불려온 박 후보자가 ‘방패’로 입장이 뒤바뀐 채 치열한 여야공방이 전개됐다. 4선인 박 후보자는 최근 15년간 국회에서 40차례의 인사청문회에서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보여준 인물이다. 이날 전방위로 쏟아지는 의원들의 공세에도 그는 비교적 신중하게 대응하면서도 돌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법무부장관 시절 김학의 전 차관 관련 새 증언을 내놓는 ‘공격 본능’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은 자료제출 미비와 태도 불손 등을 문제 삼으며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오만불손”이라고 질타했고, 급기야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청문회를 보이콧했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청문회는 세금 탈루, 장남 이중국적, 불법주차 과태료 면제 의혹 등 주로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지만 여야 의원들은 초반 자료제출 미비를 놓고 기선제압에 몰두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영선 자료제출 거부ㆍ국민들은 박영선 거부’라는 문구를 노트북에 붙인 채 질의에 나서 시선을 끌어모았고, 일부 한국당 의원 보좌진은 청문회장에서 같은 문구의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기도 했다. 한국당 간사 이종배 의원은 박 후보자가 과거 청문회에서 자료제출 거부를 질타했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틀어 보이며 “후보자 본인이 과거에 (장관 후보자에게) ‘인사청문회가 하루 푸닥거리밖에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압박했다.

이에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료제출이 거부된 것 중에는 인간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자료도 있다”며 “후보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병원이 어디인지가 왜 궁금한가”라고 방어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박 후보자는 4년 간 검찰개혁과 재벌개혁의 상징이었는데 그런 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야당 측의) 정치적 망신주기다”고 가세했다.

설전이 계속돼 청문회는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본질의에 돌입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가 과거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생활비 지출과 관련해 질의했던 내용을 거론하며 박 후보자가 재산 관련 자료가 부실하다고 문제 삼았다. 정우택 의원은 “자료제출을 보면 배째라식”이라며 “제가 내로남불 정권이라고 명명했는데, 후보자를 보면 내로남불의 정점을 찍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박맹우 의원은 “반값등록금과 무상급식을 외치면서 정작 아들은 호화 외국인학교를 보냈다”고 비판했고, 윤한홍 의원은 “박 후보자 부부가 전통시장에서 82만원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박 후보자는 세금 지각 납부, 장남의 고액 외국인 학교 입학, 재산 축소신고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자료제출을 청문회 하루 전인 오늘까지 거부하고 있다"면서 각 좌석 앞에 비판 문구를 세워놓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박 후보자는 세금 지각 납부, 장남의 고액 외국인 학교 입학, 재산 축소신고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자료제출을 청문회 하루 전인 오늘까지 거부하고 있다"면서 각 좌석 앞에 비판 문구를 세워놓고 있다. 연합뉴스

박 후보자의 생활비 항목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남편이 신용카드로 1,181만원을 썼다는 자료를 제출했는데, 윤 의원이 일부러 뺐는지 빠졌다”고 해명했고, 조윤선 전 장관과 자신의 씀씀이를 비교한 대목에선 “조 전 장관의 지출을 문제 삼았을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남편의 비자금이 얹혀 있는 것 아니냐고 봤다. 저희 부부가 얼마나 벌어서 썼느냐는 것은 비교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과거 2009년 1월 임시국회 회기중 부부동반 해외 골프 여행이 도마 위에 오르자 박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정치사찰 의혹을 꺼내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해외 골프 의혹과 관련해 해명기회를 주자 "당시 KBS가 청와대 지시를 받아 톱뉴스로 보도한 후 보수 언론들이 대서특필했다"면서 "저희가 마치 스폰서를 받아 여행을 간 것처럼 둔갑을 씌우려다 결국 실패했다"고 밝혔다.

또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박 후보자의 법사위원장 시절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이 터진 점을 거론하며 책임을 묻자 "제가 황교안 법무장관을 따로 뵙자고 해서 김 전 차관의 동영상이 담긴 CD를 보여줬고, 차관에 임명되면 문제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또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앞서 제기한 다주택 보유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박 후보자는 “황 대표가 얘기한 집 3채는 전세ㆍ월세를 포함한 것”이라며 “전셋집에 사는 국민은 다 집을 가진 것이냐”고 반문했다.

양 측의 신경전은 윤 의원이 박 후보자의 서울대학교 병원 특혜진료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특혜는 없었다”고 일축한 박 후보자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일시 및 병원’이 포함돼있던 윤 의원의 사전 서면질의를 언급하며 “유방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는 순간 저는 이것을 여성에 대한 ‘섹슈얼 해러스먼트’(성희롱)라고 생각했다”며 “유방암을 앓는 여성에게 모멸감을 주는 발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존중을 한다는 것”이라며 “내가 윤 의원에게 전립선암 수술을 했느냐고 물으면 어떻겠느냐”고 역공을 폈다.

한국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다 결국 청문회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서 보여줬던 정의로운 박영선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청문회를 계속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내로남불, 위선자의 대명사가 된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 후보자는 더 이상 청문회를 농락하지 말고 자진 사퇴하기 바란다”고 밝힌 뒤 청문회장을 떠났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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