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수석실 한정원 메리츠금융에… 공직자윤리법 있어도 잡음 계속
‘업무 관련성’ 심사 기준 느슨해 퇴직 전 면담ㆍ숙려기간 등 검토키로
청와대 출신 직원들의 재취업에 대한 내부 규정이 곧 마련될 전망이다. 최근 청와대 출신이 민간ㆍ유관 기업에 취업하는 과정에서 ‘낙하산’, ‘특혜’ 논란이 벌어진 이후 최소한의 지침이라도 마련해 특혜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8일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청와대는 직원들이 퇴직하고 재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3가지 내부 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청와대는 재취업 당사자의 최종 근무지로서 재직경력서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하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최근 한정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이 메리츠금융지주 브랜드전략본부장, 황현선 전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구조조정 전문회사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청와대는 재취업 과정에서 공직자윤리위의 취업 심사에 필요한 재직경력서를 제출해주는 역할만 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 공직자윤리위가 보다 꼼꼼한 심사를 할 수 있게끔 당사자가 청와대에서 어떤 근무를 했는지에 대한 의견도 첨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무원으로 하여금 퇴직일로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간 소속부서와 업무 관련성이 밀접한 기관이나 공기업, 민간기업에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공직자윤리위에서 하는 업무 관련성 심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담당 업무가 재취업할 기관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구체적인 판단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청와대가 별도 의견을 내 취업 제한 사유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퇴직 후 일정 정도의 숙려기간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전직 행정관들의 재취업에 대한 비판이 비등하자 청와대와 여권 내에서조차 “최소 6개월은 쉬었다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퇴직하면 당장 돈벌이가 시급한 상황에서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적지 않아 일률적으로 기간을 정하기보단 분야별로 맞춤형 기간 도입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면담 또는 상담을 실시해 사전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곳으로 재취업을 독려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한 관계자는 “공직자윤리위 심사 결과를 거쳐 문제가 없는데도 이직을 했다고 비판을 받게 되면 앞으로 청와대에 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법률에 의한 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제기된 만큼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논란이나 의혹이 생기지 않게끔 청와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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