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이후 한미 균열론 불식… “김정은 돌아올 수 있게” 문 대통령 중재 역할 기대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지명자도 “한미동맹 철통, FFVD 긴밀 협력” 강조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한미 양국 간 신뢰관계가 깨지고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동맹 관계가 굳건하다고 재확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특히 해리스 대사는 한미가 대북 제재 기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에 힘을 싣기도 했다. 때마침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도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총동창회 주최 강연을 들은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한미 정부는 모든 남북관계 사안에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우리(미국)는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약속하고 하노이에서 재확인한 FFVD라는 공통의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together)’라는 말을 수차례 동원하면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하노이 회담 결과에 대해선 “비록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구체적인 양측의 입장을 교환하고 미국이 제재 완화 전 완전한 비핵화를 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FFVD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과 동맹인 한국은 양국 정부의 우선순위인 북한의 비핵화까지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는 데 완전히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북한의 완전하고 최종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로 이어지는 실질적이고 중대한 제안을 가지고 협상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해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향한 경고성 발언도 했다. 해리스 대사는 “(협상) 여지를 만들기 위해 일시적으로 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했지만 이런 기회의 창은 무한정 열어둘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한미 연합훈련 규모가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주한미군 철수가 논의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관련한 어떠한 논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스틸웰 지명자는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한국과의 철통같고(iron-clad) 수십년간 지속해온 동맹은 지금 국제적으로 손길이 미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은 북한의 FFVD를 달성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맞이하기 위해 점점 더 긴밀히 조율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아태 지역의 가장 심각한 안보적 도전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이라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등과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공조 강화를 위해 다양한 채널로 접촉하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오른팔로 불리는 찰스 쿠퍼만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이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한미 장관회담 배석 및 북핵 수석대표 협의, 미 행정부 인사들과의 면담을 위해 28~30일 방미한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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